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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88

슬픈 외국어 한 달에 한번 정도 알라딘 중고서적 사이트에 들어가 책을 산다. DHL 항공편으로 오기 때문에 주문하면 3-4일 내로 도착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책을 고르다가 하루키의 책이 나오면 무조건 산다. 하루키니까 믿고 산다고 해야 할까. 얼마 전에는 ‘슬픈 외국어’라는 에세이집을 샀다. 유럽에 살며 쓴 글을 모아 낸 책이 ‘먼 북소리’였고, 그 후 일본에 돌아가 1년 정도 살다가, 미국에 와서 3-4년 살며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정리하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뒷이야기’라고 해서 각 꼭지 끝에 달아 놓았다. 한국에는 1996년에 초판이 나온 후, 내가 산 책은 2010년에 나온 29쇄다. 그 후 얼마나 더 팔렸는지는 모르지만 과연 하루키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유럽에 머물며 공전.. 2020. 11. 10.
설국 40여 년 만에 '설국'을 다시 읽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이 작품으로 196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감각적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일본 문학사에서 최고의 서정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지만 나는 깊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어쩌면 일본어와 한국어 사이의 얇은 벽,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에 흐르는 정서의 차이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소설에는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물려받은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여자를 보려고 눈의 고장을 찾는 시마무라는 외국 무용의 비평이나 프랑스 문학의 번역 등을 하는 문필가다. 그에게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 고마코는 어린 나이에 남편이 죽자 온천으로 들어왔다. 춤 선생의 아들인 유키오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게이샤로 일을 하게 되고, 시마무라와 사랑에 빠진다.. 2020. 10. 30.
오베라는 남자 소설은 아내를 잃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59세의 ‘오베’라는 남자가 자살을 계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도 회사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후, 학교를 그만두고 시작하여 해고되기 전까지 43년을 철도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사브가 아닌 차는 사려고 하지 않으며, 인정하는 차는 오직 스웨덴제 볼보밖에 없다. 그 좋아하던 사브도 제네럴 모터스가 주식을 인수하자 더 이상 사지 않는다.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오베가 이웃과 겪는 희로애락의 일상과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풀어놓는다. 그는 변화를 싫어하며 틀에 박힌 일상을 좋아한다. 원칙을 고수하고 불같은 성질을 가진 고집불통의 사내다. 하지만 내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그는 매일 죽은 아내의 무덤에 꽃을 사 가지고 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2020. 10. 27.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헌 책을 사다 보면 누군가 남겨놓은 밑줄이나 노트 등을 보게 된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2020.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