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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11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 뿐이다. 나만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 2023. 10. 21.
노인 후보생 미국에서는 노인의 연령에 대한 기준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50세 이상의 회원에게 혜택을 주고 있고, 미국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케어는 65세에 가입하고, 소셜연금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67세가 되어야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소매점에서는 시니어들에게 할인을 해 주는데, 62세부터 해주는 곳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셜연금의 전액수령 연령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육신과 마음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은 아직도 젊어 낯선 여자가 친절을 베풀면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나 싶어 가.. 2023. 5. 27.
11월 첫 주말 세미(딸아이)네 가족이 오랜만에 놀러 왔다. 아이들 재롱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그레이스(작은 며느리)가 임신한 걸 알고 있냐고 딸이 묻는다. 모른다고 하니 순간 멈칫하더니 얼른 전화기를 집어 든다. 아마도 오빠에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묻는 모양이다. 잠시 후, 오빠가 내게 알려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전화를 했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는데, 아마도 추수감사절에 만나면 이야기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축하 꽃이라도 하나 보내 주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세미의 임신 소식을 듣고는 아무것도 보내준 것이 없다. 혹시라도 작은 며느리에게 꽃을 보내 준 것을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세미가 섭섭해할 것 같아 갑자기 고민스러워졌다. 성당 가는 길에 아내에게 의논을 하니, 쉽게 답을 준다. 넌지시 세미에.. 2022. 11. 7.
바닷가의 루시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소설 ‘바닷가의 루시’(Lucy by the Sea)는 주인공 루시와 윌리엄이 등장하는 4번째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이긴 하지만 꼭 이어서 볼 필요는 없으며, 읽다 보면 배경을 알게 된다. 작가인 루시는 바람둥이 전남편 윌리엄과는 일찍이 이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 명의 딸이 있다. 윌리엄은 여러 명의 아내를 거친 후, 나이 어린 여인과 결혼하여 딸을 하나 더 낳았다. 어느 날 그 아내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혼자가 되었다. 루시는 윌리엄과 이혼한 후, 재혼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 독신이 되었다.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 후에도 계속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배우자들과도 모두 잘 지낸다. 이번 책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내며.. 2022.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