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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14

자식 자랑 요즘 젊은 세대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그 나이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드니, 나보다는 자녀,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왈, “라떼는 말이야”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해 봐야 본전 찾기가 어렵다. 기분을 상하거나,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화제는 건강이다. 어디가 아프고, 그럴 때는 운동은 이렇게 하고 저런 음식을 먹으면 좋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로 대충 전반전은 정리가 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라떼’와 자식.. 2024. 7. 6.
은퇴하고 1년 은퇴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이제 어떻게 소일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가을과 봄 학기에 미술 클래스를 두 번 들은 것 외에 딱히 한 일은 없다. 벼르던 여행도 못했다.  잠자는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일을 할 때는 비록 집에서 하는 일이지만 7시 전에 일어나 8:30분쯤에는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시늉을 했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있어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은 11시 정도에 잔다. 9시쯤에 자리에 누워 인터넷으로 한국신문과 LA 타임스를 찾아보고, 킨들로 책을 읽는다. 책이 재미있으면 11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늦게 잠든 날은 다음날 7시를 넘겨 일어난다.  학교에 가는 .. 2024. 6. 29.
숫벌과 나 6촌 동생의 생일이라 네 집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네 집이라 함은 나와 내 동생, 생일을 맞은 6촌 동생,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아저씨가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이다. 말이 아저씨지 나와는 동갑이다. 부모님이 모두 실향민이었기에 일가친척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미국에 오고 나니 더욱 그러하다. 장소는 K타운에 위치한 J 노래교실. 준비해 간 음식을 먹고 마시고, 그 자리에서 노래까지 부를 수 있다. 식당에서 밥 먹고 카페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젊어서는 서로 먹고살기 바빠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공통분모를 가진 동년배가 모이면 재미있고 좋다. 조금 늦게 아저씨 부부가 도착했는데, 아줌마가 (우린 늘 그녀를 아줌마라 불러왔다) 지팡이를 짚고 들어 온다. 얼마 .. 2024. 4. 7.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 뿐이다. 나만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 2023.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