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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3

은퇴하고 1년 은퇴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이제 어떻게 소일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가을과 봄 학기에 미술 클래스를 두 번 들은 것 외에 딱히 한 일은 없다. 벼르던 여행도 못했다.  잠자는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일을 할 때는 비록 집에서 하는 일이지만 7시 전에 일어나 8:30분쯤에는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시늉을 했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있어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은 11시 정도에 잔다. 9시쯤에 자리에 누워 인터넷으로 한국신문과 LA 타임스를 찾아보고, 킨들로 책을 읽는다. 책이 재미있으면 11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늦게 잠든 날은 다음날 7시를 넘겨 일어난다.  학교에 가는 .. 2024. 6. 29.
오디션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 ‘오디션’을 읽었다. 영화사를 운영하는 중년의 ‘아오야마’는 7년 전 아내를 잃은 뒤 16살 난 외아들과 살고 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우울증 직전까지 갔던 그는 슬픔을 잊기 위해 일에 매달리고 아들 ‘시게히코’와 여러 취미활동을 하며 지낸다. 어느 정도 슬픔에서 벗어났다고 느낄 즈음, 시게히코는 아빠에게 이제 재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인 ‘요시카와’에게 하자 그는 뜻밖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오디션으로 재혼 상대 여성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영화 제작사가 오디션을 한다고 하자, 4천여 명이 원서를 보내왔다. 서류심사로 100명을 추려 그들의 이력서를 검토하는데, 눈에 띄는 여자가 있다. “발목 부상으로 발레를 포기해야 했던 것은 죽음을 받아들.. 2023. 12. 19.
내일 이 시간 ‘엠마 스트라우브’의 새 책 ‘내일 이 시간’(This Time Tomorrow)을 읽었다. 독신여성 ‘엘리스 스턴’은 자신이 졸업한 사립학교의 교직원이다. 일찍이 부모가 이혼한 탓에 그녀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아버지 ‘레너드’는 단 한 편의 소설을 썼으나 그 한편이 유명해져 인세와 강연 등으로 여유로운 삶을 이어왔다. 어머니는 살아 있지만 가끔 전화만 하는 사이며, 그녀가 유일한 가족으로 여기는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다. 남자 친구와는 동거는 하지 않으며 각자의 아파트를 오가며 지낸다. 그녀의 40세 생일을 앞두고 남자 친구가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한다. 학교에서는 그녀의 상사가 은퇴를 발표하고, 기대와는 달리 그 자리는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고.. 2022. 8. 3.
필름 속을 걷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에세이 집 ‘필름 속을 걷다’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영화 평론가의 책이니 만큼 영화를 소개하는 책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영화에 나온 도시와 거리를 찾아가는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2007년 출간된 책이라 등장하는 영화들도 2000년 전후에 나온, 이제는 20년쯤 된 영화들이다. 유럽이 많이 등장하고, 홍콩과 뉴질랜드, 그리고 시카고가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식당, 호텔, 상점 등은 그 유명세를 타고 관광 명소가 되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했던 세트장들이 관공 명소가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행객들은 이곳에 와서 기념품을 사고, 사진을 찍는다. 영화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였던 무대가 실제로는 세트장인 경우도 있고.. 2022.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