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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16

가족 소식지 소식지(뉴스레터) 2호를 만들어 이-메일로 보냈다. 뜬금없이 무슨 소식지? 지난 3-4달 나의 근황을 정리해 가족들에게 소식지라는 표제로 보내기 시작했다. 고향이 함경도인 돌아가신 아버지는 해방 후 단신 월남하여 형제라고는 자매 하나뿐인 어머니와 결혼하여 가족이라는 작은 나무를 심었다. 그 사이에서 5남매가 태어났고, 한세대를 거치며 나무는 제법 커졌다. 그중 내게서 나온 가지가 가장 크다. 4남매에 입양한 조카들까지 자녀만 6명, 손주들까지 더 하면 20명이 넘는다. 가족 모임을 해도 형제자매가 모두 다 모이기는 쉽지 않다. 떨어져 사는 가족 중에는 몇 년째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가족보다는 교우나 가까이 사는 이웃과 교류가 잦은 것이 현실이다.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부모님 생신, 아버지/어머니.. 2025. 11. 4.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 뿐이다. 나만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 2023. 10. 21.
아내의 생일 내 기억 속 환갑은 큰 잔치였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보았던 환갑잔치가 매우 큰 잔치였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경기도 진관리에 살았다. 아들이 없던 외할아버지의 환갑잔치를 큰 딸인 어머니의 집에서 하게 되었다. 이틀 전부터 어머니의 사촌들과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고기를 삶고, 채소를 볶아 음식을 장만했다. 잔칫날 아침에는 한과며 과일, 미리 준비한 음식들을 접시에 쌓아 올려 상을 차리고, 병풍 앞에 상을 받고 앉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일가친척들이 서열 순서대로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절을 하는 옆에서는 기생 출신이라는 중년의 여인네가 구성진 창을 했다. 하루 종일 손님들이 오갔으며, 손님이 올 때마다 음식을 담은 작은 소반이 나왔다. 어떤 이는 밥을 먹었고, 다른 이는 술과 안주만 .. 2023. 7. 31.
굿 바이, 윌리엄 나는 그가 죽고 난 다음에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를 처음 본 것이 언제였던가. 아마도 10여 년은 지난 일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 정거장 벤치에 까만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옆에는 바퀴 달린 철제 트렁크 카트에 가방이 실려 있었다. 홈리스임이 분명한데 여느 홈리스와는 달라 보였다. 나이는 50 중반쯤으로 보였는데,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그 벤치는 그의 거처가 되었다. 대부분의 홈리스들은 상가 주변에 무리를 지어 텐트를 치고, 주변에 너저분한 물건과 쓰레기를 널려 놓는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쓰러져 잠을 자기도 하고, 더우면 옷을 벗어 몸을 드러내기도 하고, 낮에도 술이나 약에 취해 뻘건 .. 2023.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