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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10

남존여비 며칠 전 장애인 전용차량인 access 밴을 타고 외출을 하며 있었던 일이다. 그날 운전기사는 중년의 라틴계 여성이었다. 차에는 승객이 한 사람 타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나를 데리러 오기 전에 시작했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라는 여승객은 첫 번째 남편이 죽고 재혼을 했었는데, 지금 이혼 수속 중이었다. 운전기사가 그녀에게 죽은 남편을 못 잊고 자꾸 비교가 되어 헤어지는 모양이라고 하니 승객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자기는 남편이 죽으면 결코 재혼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며 하는 말이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긴단다. 아마도 여성 호르몬이 줄어 상대적으로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물론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 2022. 9. 16.
나는 당신의 남자 이런저런 이유로 갈등을 빚게 되는 인간 대신 취향에 맞는 외모와 성격,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우자 또는 연인으로 가질 수는 없을까? 독일 영화 ‘I am Your Man’은 이런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다. 박물관의 고고학자인 이혼녀 ‘알마’는 이성과의 사랑보다는 고고학 연구에 몰두하며 살고 있다. 그녀는 부족한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로봇 회사의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남성 로봇과 3주간 동거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그녀에게 주어진 일이다. 로봇 ‘톰’ 은 오직 그녀를 위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램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이다. 그녀는 그를 창고방에 재우고, 부담스러운 손님으로 여긴다. 톰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아버지 집에서 언.. 2022. 3. 29.
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의 2006년 영화 ‘해변의 여인’을 보았다. 나는 홍상수의 팬이다. 그의 영화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고, 무책임하고 나태하며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바로 그런 점이 그가 만드는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의 영화에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도 한 번쯤은 들어본, 언젠가 나도 해본 말들이다. 지질한 영화감독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감독들은 후배나 친구의 여자를, 길에서 마주친 여자를 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들은 쉽게 그들의 품에 안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환상을 그는 거침없이 영화의 소재로 삼는다.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후배 커플과 함께 여행을 떠난 영화감독 ‘중래’는 후배의 여자 친.. 2022. 1. 14.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은 2006년 발표된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말 그대로 이미 남편이 있는 여성이 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 이유는 둘 중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며, 남자들 역시 그녀를 잃기보다는 공유하는 것을 선택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힘센 수놈이 무리의 암놈을 모두 독식하기도 하고, 철마다 파트너를 바꾸기도 하며, 공유하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 조상도 원시시대에는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돌려 말하면, 어쩌면 우리에게도 일부다처 또는 일처다부를 동경하는 유전자가 아직도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애인이 있는 여자 ‘쇼코’와 동성애자인 ‘무츠키’가 결혼을 해서 섹스 없는 .. 2021.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