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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해변의 여인

by 동쪽구름 2022. 1. 14.

홍상수 감독의 2006년 영화 ‘해변의 여인’을 보았다. 나는 홍상수의 팬이다. 그의 영화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고, 무책임하고 나태하며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바로 그런 점이 그가 만드는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의 영화에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수 있는 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도 한 번쯤은 들어본, 언젠가 나도 해본 말들이다.

 

지질한 영화감독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감독들은 후배나 친구의 여자를, 길에서 마주친 여자를 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들은 쉽게 그들의 품에 안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환상을 그는 거침없이 영화의 소재로 삼는다.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후배 커플과 함께 여행을 떠난 영화감독 ‘중래’는 후배의 여자 친구인 ‘문숙’에게 작업을 건다. 그는 키도 크고 예쁘며 성격까지 시원한 문숙에게 반해 버리고, 그녀도 중래가 마음에 든다. 눈이 맞은 두 사람은 잠시 밀고 당기다가 결국 그날 밤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서울로 돌아갔던 그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다시 바닷가를 찾는다. 그곳에서 문숙을 닮은 유부녀를 만나자, 또 작업을 걸어 쉽게 그녀와 하루 밤을 보내게 된다. 중래를 찾아온 문숙은 그가 다른 여인과 밤을 지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를 추궁하나, 그는 극구 부인하며 발뺌을 한다.

 

중래와 하룻밤을 지냈던 여인이 문숙을 불러내어 감독과 있었던 일을 털어놓게 된다. 진실이 알려지자, 중래는 서울로 도망치고 문숙은 해변에 혼자 남는다. 그것도 잠시, 그녀 역시 바닷가의 일은 바닷가에 훌훌 털고 도시로 돌아간다. 

 

나는 남자이므로 여자의 감성은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 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의 치마 속을 보고 싶어 한다. 생각으로 멈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앞뒤 안 가리고 그 욕망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불륜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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