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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8

11월 첫 주말 세미(딸아이)네 가족이 오랜만에 놀러 왔다. 아이들 재롱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그레이스(작은 며느리)가 임신한 걸 알고 있냐고 딸이 묻는다. 모른다고 하니 순간 멈칫하더니 얼른 전화기를 집어 든다. 아마도 오빠에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묻는 모양이다. 잠시 후, 오빠가 내게 알려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전화를 했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는데, 아마도 추수감사절에 만나면 이야기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축하 꽃이라도 하나 보내 주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세미의 임신 소식을 듣고는 아무것도 보내준 것이 없다. 혹시라도 작은 며느리에게 꽃을 보내 준 것을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세미가 섭섭해할 것 같아 갑자기 고민스러워졌다. 성당 가는 길에 아내에게 의논을 하니, 쉽게 답을 준다. 넌지시 세미에.. 2022. 11. 7.
잡문집 한국 전쟁 전후로 태어난 내 또래라면 대부분 학창 시절 시작노트 한 권 정도는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가을이면 학교마다 문학의 밤 행사가 있었고, 문예지를 발행하는 학교도 많았다. 아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살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니 다시 글을 쓴다. 한국에도 글 쓰는 모임이 많이 있고, 이들을 상대로 등단의 기회를 주는 비주류 문예지도 많은 것으로 안다. 미주 한인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사는 남가주에도 이런저런 문학단체들이 많다. 매년 문예지를 발행하며, 신인상을 주어 문인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문인이란 딱지를 얻은 사람들은 팔리지도 않는 책을 자비로 출판해서 출판기념회를 한다. 한인신문에는 독자란이 있어 여기에 글을 발표할 수 있지만, 시를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은 극히 제한적이라.. 2022. 8. 6.
말하다 작가 ‘김영하’의 삼부작 산문집 중 두 번째 책인 ‘말하다’를 읽었다. 소설가가 쓴 가벼운 에세이 집이거니 하고 집어 들었는데, 생각과 달리 꽤 무겁다. 그동안 그가 해온 인터뷰와 대담, 강연 등을 엮은 책이다. 그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 문단, 그리고 인생관이 고루 들어 있다. “아이들은 예술을 합니다… 학생들이 떠올리는 행복한 순간은 예술적 경험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때의 예술은 행복합니다. 아직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의 예술… 은 끝이 납니다. 일단 학원에 가야죠… 학년이 올라갈수록 예술은 대학을 갈 아이들에게만 허용이 됩니다.” (70-72 페이지) 다음은 작가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세탁소 주인도 힘들고 택배 기사도 힘들죠. 하지만 그들은 자기 고통을 다른 사람들의.. 2022. 5. 29.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스케치 요령을 배우려고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우연이 ‘이연’이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다. 연필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잘못된 선을 지우지도 않고, 몇 번 쓱쓱 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제법 내공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 알라딘 중고 책방에서 책을 찾다가 그녀의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발견하곤 주저 없이 주문했다.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요령(테크닉)을 가르쳐 주는 책이려니 생각했었는데, 에세이 집이다. 그림을 주제로 쓴 에세이니 만큼 그림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이제 30살이.. 2022.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