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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3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난 누군가 여행을 하고 쓴 여행기 읽기를 좋아한다. 10대 중반, 김찬삼의 ‘세계 여행’을 읽으며 문밖에는 정말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곳에 가보리라는 꿈을 꾸어 왔다. 꿈은 사실 같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룰 수 있을 듯싶지만 이루기 어렵다.  문밖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나의 꿈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젊어서는 돈도 시간도 부족해 시도해 보지 못했고,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떠나지 못한다.  10시간 이상 비행기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있을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도 생리현상 때문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젊어서는 몇 차례 한국에 다녀왔다. 떠나기 전 음식섭취를 조절하고, 비행기 안에서는 수분섭취를 최소화해 큰 문제가 없었다. 나이가.. 2024. 10. 23.
아홉수 8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시작된 일이다. 제노의 생일이라 세 집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근처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맥도널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휠체어를 내리려 하는데, 휠체어 박스가 열리지 않는다. 스위치를 누르면 나는 “딸깍”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고장이다.  커피를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스 한쪽 구석에 달린 뚜껑을 열어 안전핀을 뽑고 수동으로 밀어 박스를 열면 휠체어를 꺼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집에 와서 알바를 끝내고 돌아오는 준이를 기다려 박스를 열어 달라고 했다. 손전등을 비추며 애를 써도 박스는 열리지 않았다. 결국 차고에 있는 간이 접이식 전동 휠체어를 꺼내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노동절 연휴라 화요일까.. 2024. 9. 8.
너라도 끝가지 걸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은 소설과 에세이다. 소설은 픽션이고, 에세이는 논픽션이지만, 둘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없다.  성당에 나간 지 10여 년이나 되었지만 종교서적이나 교리책은 몇 권 읽지 않았다. 아직 신앙이 부족하고 신학적인 지식이 적은 탓이리라. 나의 잘못된 생각인지 모르지만, 종교서적이라는 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종교나 교리라는 것이 있지만, 신의 모습이나 그의 뜻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결국 자신이 믿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정답보다는 그랬을 것이라는, 그럴 것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애매한 답보다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 2024. 8. 13.
그림 읽어주는 여자 인터넷 책방의 단점은 책을 만져보거나 펼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책의 제목이나 작가에 끌려 책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구입 전에 구글에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내가 직접 책을 펼쳐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림 DJ ‘한젬마’의 책 ‘그림 읽어주는 여자’도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이다. 제목을 보고 그림에 대한, 그림에 얽힌, 또는 화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자세히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았고, 글은 짧아 에세이라기보다는 단상에 가까웠으며, 페이지에는 여백이 너무 많았다. 1, 2 장을 읽으며 부족한 내용으로 서둘러 만든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다. 나의 오해는 3장, “그림 세계와의 경쾌한 연애”을 읽으며 풀렸다. 이 장에.. 2024.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