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군가 여행을 하고 쓴 여행기 읽기를 좋아한다. 10대 중반, 김찬삼의 ‘세계 여행’을 읽으며 문밖에는 정말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곳에 가보리라는 꿈을 꾸어 왔다. 꿈은 사실 같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룰 수 있을 듯싶지만 이루기 어렵다.
문밖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나의 꿈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젊어서는 돈도 시간도 부족해 시도해 보지 못했고,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떠나지 못한다.
10시간 이상 비행기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있을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도 생리현상 때문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젊어서는 몇 차례 한국에 다녀왔다. 떠나기 전 음식섭취를 조절하고, 비행기 안에서는 수분섭취를 최소화해 큰 문제가 없었다. 나이가 드니 생리현상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주저하게 되고, 대신 남들이 써놓은 여행기를 보며 눈으로, 상상으로 길을 떠나곤 한다.
작가 ‘정여울’이 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은 일반 여행기와는 다소 다른 책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 다녀왔다.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짧은 기간에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는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는 것 같다. 작가는 이미 유럽을 여러 차례 다녀왔고, 이 책에서는 혼자 하는 여행,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여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꼭 보아야 할 곳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소회를 적어 놓은 에세이가 많다.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쓴 글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나는 늘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려고 했던 것 같다…그 사람의 취향, 그 사람의 꿈, 그 사람의 고통에 맞추어, 나도 그 사람의 일상을 닮아갔다. 그런 설렘의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넌 왜 나만큼 나에게 맞춰주지 않느냐’는 서운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점점 사람이 식어가곤 했다.” (127 페이지)
여행에 대한 그녀의 생각
“여행이 그저 한번 신나게 즐기기 위한 것에 그친다면 그 비용과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여행을 과시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걱정스럽다. 여행은 쇼핑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가장 나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내밀한 기쁨이 아닐까” (202 페이지)
유럽에서 술을 마시며
“그 지방 고유의 술들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문화를 고스란히 품어 담고 있다. 술의 탄생에 얽힌 비화나 에피소드에 담긴 ‘술의 스토리텔링’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게 그 자리를 이끌어가는 화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들의 차분한 음주문화였다… 낮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218 페이지)
책에는 여행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에세이와 그녀가 추천하는 여행지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다 읽고 난 지금, 잠시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며칠 유럽에 다녀온 기분이다.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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