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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20

앙코르 (2) 대학의  한 학기 미술 클래스는 1주에 한 번, 16-18주 동안 진행되지만, 서머 클래스는 6주다. 그래서 일반 대학에서는 여름 학기에는 미술 실기 클래스가 없다. 시니어 대상 강좌인 앙코르의 서머 클래스는 1주에 두 번, 5주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6월에는 노예제도 폐지를 기념하는 ‘준틴스’와 7월 초 미국 독립기념일, 두 개의 연방공휴일이 있어, 수업은 8번뿐이다.  지난주에는 처음 써보는 팔레트 나이프로 그림을 그렸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다. 수업은 1시 30분에 시작해서 4시 30분까지 진행되는데, 강사인 ‘데보라’가 카메라를 자신의 캔버스에 맞추어 놓고 그림을 그리고 우린 그걸 힐끗힐끗 보며 각자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  가끔 한 번씩 강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공.. 2024. 7. 13.
아크릴화 I (6) 학기가 끝이 났다. 마지막 과제물은 기억 속 한 장면, 또는 물건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나무, 유리, 철판 등, 캔버스가 아닌 표면에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상자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큰 물건을 살 때 따라온 골판지를 골라 주었다. 두툼한 골판지였는데, 판지 사이의 물결 모양 골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멋진 효과가 생겨났다.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지만, 추상화는 대상을 잘 관찰하고 이미지를 잘라 작가 나름 해석을 해서 그리는 그림이다. 나는 세 가지 스케치를 해서 교수에서 보여 주었다.  내가 선택한 세 가지 소재는 (1) 역마차와 말 – 내 나이 6-7살쯤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아직 소아마비를 고쳐보겠다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때다. 침과 뜸 치료를 받고 있었.. 2024. 5. 30.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학기가 끝나 간다. 이제 2주 남았다. 학기는 끝나가는데, 그림이 늘었다는 생각보다는 자꾸 “아, 나는 그림 그리는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모범학생이다. 수업에 빠진 적도 없고, 과제물이 늦은 적도 없다. 배운 대로, 담당교수의 가르침대로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학기가 끝나가는 요즘 그림이 늘었다는 느낌보다는 이것이 나의 한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만점을 받았는데, 두 번째 그림에서는 C를 받았고, 이번에 제출한 그림도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소재에 창의력이 없다. 교수가 정해준 틀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모두가 비슷하게 그리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이때는 테크닉에 따라.. 2024. 5. 23.
아크릴화 I (5) 2주에 걸쳐 교수가 가르쳐준 다양한 아크릴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주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과제였다. 주제는 따로 없고, 다른 화가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그리면 된다.  나는 지난 학기 수채화 시간에 ‘오병이어’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 교수에게서 크게 칭찬을 받았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한글이나 한자가 들어가면 추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같은 주제로 아크릴화를 그려보기로 했다.  막상 다 그려놓고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채화의 경우는 종이에 물감을 넉넉히 올리고 물을 부어 흘리는 것만으로도 멋진 배경이 만들어지는데, 아크릴화는 물감을 선택해 붓으로 찍어 일일이 칠하며 캔버스를 채워야 한다.  우선 배경에 너무 강한 색을 깔았고, 캔버스가 커 남은 공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무지 감.. 2024.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