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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10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읽으며 다시금 하루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일상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된다. 음악을 듣거나, 차 또는 술을 마시며 떠오르는 단상, 길을 가다 문득 눈을 들어 본 주변의 사물, 버스나 전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지나가며 듣는 낯선 이들의 대화가 모두 글이 된다. 이 책에는 1984년 ‘Classy’라는 잡지가 창간된 때부터 이 년 동안 일레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연재했던 글과 그림을 모은 것이다. 하루키의 글만큼이나 미즈마루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절반은 글이고, 나머지는 그림이다. 하루키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이 책에 실린 글을 썼고, 머리에 떠오른 것을 술술 써서 .. 2024. 1. 3.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하루키가 1981-1983년 사이 작은 잡지에 연재했던 18편의 단편을 엮은 작품집이다. ‘도서관 기담’을 제외하고는 모두 400자 원고지 8-14매 정도의 짧은 소설들이다. 훗날 ‘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장편 소설이 된 도서관 기담은 6회에 걸쳐 연재를 했다고 한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는 하루키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의 장편 ‘1Q84’의 시작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고 한다.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하라주쿠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난다. 그 여자는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정도다. 그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 2023. 8. 29.
빵가게 재습격 내가 읽은 하루키 소설집 ‘빵가게 재습격’ 은 2000년 판이다. 2014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개정판에는 3 작품이 더 들어 있다. 빵가게 재습격 - 새벽 두 시, 잠을 깬 아내와 나는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인다. 여섯 개의 캔맥주를 나눠 마셔도 공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예전에 빵가게를 습격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고, 아내는 빵가게를 찾아 가지고 한다. 두 사람은 산탄총을 들고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코끼리의 소멸 - 마을 축사에서 코끼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코끼리 발에 채워놓은 족쇄만 남아 있고 밖으로 향한 발자국은 없다. 사육사도 함께 사라졌다. 패밀리 어페어 - 전자제품 회사 광고부에 근무하는 나는 몇 년째 여동생과 살고 있다. 여동생이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컴퓨터 엔지니어와 사귀어 .. 2023. 1. 25.
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은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먹고 보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른 책이다. 말 그대로 하루키식의 여행을 담은 책이다. 대부분은 취재를 위해 목적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루키는 여러 차례 일본을 떠나 외국에서 장기체류를 했었다. 유럽에서는 집을 빌려 오래 머물며 책을 썼으며, 미국에서도 오랜 기간 살았다. 그래서 좀 더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책에는 일곱 편의 여행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스트 햄프턴 – 유명한 작가와 배우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남자가 집을 관리하고 그의 여자 친구가 요리를 하는 여관에 묵었다. 주인 ‘론’은 18세기에 지어진 집을 사서 손수 집을 수리하고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가구와 식기로.. 2022.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