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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91

수도원 일기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 중고 책방을 알게 되어 여러 해 동안 한국 책을 주문해서 보아왔다. 펜데믹 이전에는 $50 이상 주문을 하면 6-8주가 걸리는 배편은 무료 배송이었고,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는 배편은 중단이 되고 DHL 항공편으로만 주문이 가능해졌다. 15-20%가량의 배송비를 지불하지만, 대신 책을  3-4일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금년 봄부터는 다시 배편 무료 배송이 시작되어 몇 차례 책을 주문했는데, 얼마 전 책을 주문하려고 하니 한국 주소를 입력하라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값도 달러가 아닌 원화로만 나오고, 해외 주문 옵션은 사라졌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오랜 세월 내 차를 정비해 주던 ‘밥’이 죽었고, 카이저의 주.. 2024. 7. 25.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가 언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는가는 익히 알려진 일이다. 1978년 4월, 어느 쾌청한 날 오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의 센트럴리그 개막전 때의 일이다. 1회 말 미국인 선수 힐턴이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2루타를 친 순간, 그는 뜬금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했고, 시합이 끝나자 전차를 타고 신주쿠의 서점에 가서 원고지와 만년필을 샀다. 그리고 그는 밤늦게 가게 일을 끝내고 주방 식탁에 앉아 소설을 썼다. 거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그 후 그가 어떻게 소설가로 성장을 했으며, 왜 오랜 시간 일본을 떠나 작품 활동을 했고, 미국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2024. 6. 17.
나는 경비원입니다 한동안 책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소회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어느 때부턴가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원고를 생각하고, 인용할 구절에 표시를 하고. 책 읽는 일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졌다. 그냥 전처럼 재미로 책을 읽고 싶었다.  ‘패트릭 브링리’의 자전적 이야기인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아내가 교우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책이 읽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책을 몇 권 빌려 주었더니, 몇 달 만에 돌려주며 선물로 주었다. 난 이 책을 열기 전까지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대학 졸업 후 시사 주간지 ‘더 뉴요커’에 다니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커리어.. 2024. 5. 21.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를 버킷 리스트에 담아 놓은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한때 아내에게 이 길을 걷게 하고, 나는 차를 타고 이동하여 다음 마을에서 만나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이런저런 책을 보며 내린 결론은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요즘은 오프로드 전동 휠체어도 많아 길을 가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례자의 숙소인 알베르게나 오래된 마을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리 없다. 결국 남들이 걸은 이야기를 읽고 대리 만족을 하기로 했다. 이 책을 쓴 ‘이해솔’은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이 책을 썼다. 그는 대학 졸업 직전 장래를 놓고 아버지와 갈등하던 무렵 산티아고 길을 걸었고, 두 번째는 자신의 뜻대로 대학원을 마치고 .. 2024.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