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199 무라카미 T 중고책방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하루키의 책을 발견하면 무조건 바구니에 담는다. 나는 그의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나 잡문도 좋아한다. 하루키에게는 일상이 모두 글의 소재가 되는 모양이다. 무엇 하나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무라카미 T’도 그런 부류의 책이다. 그가 LP판을 좋아하며 기회가 되면 여행지에서 중고 레코드 가게에 들러 LP판을 사서 모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티셔츠도 모은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작정을 하고 티셔츠를 모은 것은 아니고, 이곳저곳에서 홍보용 티셔츠를 받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기념 티셔츠를 받고, 여행을 가면 갈아입을 옷으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고, 그러다 보니 서랍에 못다 넣고 상자에 담아 쌓아 놓게 되었다고 한다. 레코드 수집에 대한 .. 2025. 2. 21. 윈터 씨의 해빙기 은퇴를 앞둔 세무 공무원 윈터 씨는 꽉 막히고 편견 덩어리며 너무 깐깐해서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또한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딸조차 그를 피한다. 이웃과도 교류가 없으며, 도통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화장품 회사 에이본의 뷰티 컨설턴트인 아내 소피아는 그와는 정반대로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그가 소피아가 원하는 샴페인 대신 주유소 편의점에서 탄산 와인을 사들고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샴페인을 사러 나갔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윈터 씨의 일상은 180도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아내가 없는 세상,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그는 욕조 물에 헤어드라이어를 빠트려 감전사로 세상을 마감할 결심을 하고 욕조에 물을.. 2025. 2. 20. 원더풀 라이프 책에는 “무력의 왕,” “한낮의 달,” “불초의 자식,” “가면의 사랑,” 4개의 이야기가 세 번에 걸쳐 전개되며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엔딩 크레디트”으로 끝이 난다. 무력의 왕 – 지진으로 중상을 입어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아내를 돌보는 남자의 이야기다. 한낮의 달 –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아내를 설득하여 일 년 동안 노력하지만 결국 아이는 생기지 않는다. 남편 가즈시는 아이는 포기하고 아내와 오손도손 살아갈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으려 한다. 설계한 집에 아이 방이 없는 것을 보고 아내는 입양을 할 테니 아이 방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불초의 자식 – 유부남 직장상사인 요지와 불륜을 맺던 이와코. 요지의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며 두 사람 사이는 멀어지는데, 그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임신을 하게 .. 2025. 1. 22.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난 누군가 여행을 하고 쓴 여행기 읽기를 좋아한다. 10대 중반, 김찬삼의 ‘세계 여행’을 읽으며 문밖에는 정말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곳에 가보리라는 꿈을 꾸어 왔다. 꿈은 사실 같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룰 수 있을 듯싶지만 이루기 어렵다. 문밖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나의 꿈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젊어서는 돈도 시간도 부족해 시도해 보지 못했고,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떠나지 못한다. 10시간 이상 비행기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있을 자신도 없고, 무엇보다도 생리현상 때문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젊어서는 몇 차례 한국에 다녀왔다. 떠나기 전 음식섭취를 조절하고, 비행기 안에서는 수분섭취를 최소화해 큰 문제가 없었다. 나이가.. 2024. 10. 23. 이전 1 2 3 4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