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클래스36 종강 10년쯤 된 이야기다. 아내가 LAVC에서 미술 공부를 할 때, 학기말 마지막 수업에서는 늘 팟럭을 하곤 했다. 종강 몇 주 전에 팟럭 리스트를 돌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 음료수, 접시와 컵까지 각자 가져올 음식이나 물건을 적어낸다. 아내는 커피 케이크를 굽거나, 만두를 튀겨 가기도 하고, 잡채를 만들어 간 적도 있다. 이번 도자기 반에서도 마지막 날 팟럭을 한다. 나는 세 학기 째 아멜리아가 담당교수인 클래스를 듣고 있다. 그녀는 팟럭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그녀의 방식이 옳다. 학생들에게 팟럭의 부담을 주어야 하나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마지막 수업 날, 팟럭에 대한 기대없이 학교에 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한쪽 구석 테이블에 Porto’s 상자가 6-7개, 커피 .. 2025. 6. 8. 유화 (6) 학기 마지막 과제는 소재를 자유로이 선택해서 그리는 추상화. 움직임이나 소리가 없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도 마지막 과제를 같은 방식으로 그렸었다. 나무, 상자, 유리, 양철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골판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골판지 표면의 요철이 주는 효과의 덕을 보려는 것이다. 스케줄에 보니 마지막 수업 한 주 전에는 강의가 없다. 교실에 모여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한다. 이번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았다. 대신 유화물감을 말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초벌을 한 물감이 말라야 그 위에 새로운 물감을 바를 수 있다. 수업에 가도 별로 할 일이 없다. 교수에게 이번 주 수업은 빠지겠노라 양해를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요철이 있는.. 2025. 6. 7. 가지 않은 길 (유화 5) 이번 주 과제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다.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알고 있는 이야기, 또는 음악이나 시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하는 일이다. 수업시간에 과제에 대한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두 가지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하나는 ‘새옹지마’였고, 다른 하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영시 ‘가지 않은 길’이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은 내 인생 좌우명에 가까운 새옹지마였지만, 막상 스케치를 하려 하니 말은 대충 그리겠는데, 노인과 다리가 부러진 아들을 그리는 일이 난감했다. 결국 차선책으로 가지 않은 길을 그리기로 했다. 처음 생각은 이제껏 그려온 내 스타일의 그림이 (밝은 색상에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 아닌 고흐 스타일로 그려볼 생각이었다. 강한 톤의 물감을 듬뿍 찍어 발라 질감을 살려 보리라. 그런데 막상 밑그림을.. 2025. 5. 24. 유화 (4) 봄 학기도 2/3가 지나, 한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다음 학기 스케줄이 나왔다. 유화 II에 등록을 했다. 가을 학기에는 수업 시간이 바뀌어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미국 대학에는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성인들이 많아 스케줄이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학기마다 수업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어제는 지난 과제 #2와 #3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은 별도의 수업은 없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하나씩 평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림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그림을 모두 완성해서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다 끝내지 않은 그림을 가지.. 2025.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