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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늙어봤냐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건 요즘 내가 즐겨 듣는 서유석의 노래 제목이다.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나이 든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이 없을 듯싶겠지만, 살아보면 이 나이에도 새로 경험하고 깨닫는 것들이 있다. 난 어려서부터 냉수만 마셨다. 할머니가 누룽지를 끓여 구수하게 만든 숭늉을 드시며 “시원하다”하는 것이 도무지 생소하고 낯설었다. 받아 놓은 물은 차갑지가 않아, 추운 겨울에도 마당의 수도에서 갓 받는 얼음 같은 냉수만 마셨다. 우리 집 정수기에서는 온수, 냉수, 상온, 이렇게 세 가지 온도의 물이 나온다. 어느 날부터 냉수 대신 상온의 물을 마시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누룽지를 끓인 물이 구수하니 맛있어졌다. 점심을 잘 먹은 날은 끓.. 2025. 5. 15.
유화 (4) 봄 학기도 2/3가 지나, 한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다음 학기 스케줄이 나왔다. 유화 II에 등록을 했다. 가을 학기에는 수업 시간이 바뀌어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미국 대학에는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성인들이 많아 스케줄이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학기마다 수업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어제는 지난 과제 #2와 #3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은 별도의 수업은 없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하나씩 평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림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그림을 모두 완성해서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다 끝내지 않은 그림을 가지.. 2025. 5. 3.
허송세월 김훈은 ‘프롤로그’ 대신 ‘앞에’라는 제목의 글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부고다. 그는 부고(죽음)가 그다지 두렵지 않다고 썼다. “내가 살아서 읽은 책 몇 권이 나의 마음과 함께 무로 돌아가고, 내가 쓴 글 몇 줄이 세월에 풍화되어 먼지로 흩어지고…” (7 페이지) 이 대목에서 나는 차고에 쌓아 놓은 책들과 브런치에 올려놓은 1,000 꼭지가 넘는 글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결국은 글들도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리겠구나. 그는 술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와인의 맛은 로맨틱하고, 그 취기의 근본은 목가적이다… 막걸리는 생활의 술이다. 막걸리는 술과 밥의 중간쯤 되는 자리에 있다… 소주는 대중의 술이며 현실의 술로서 한 시대의 정서를 감당해 왔지만 풍미가 없고 색감이.. 2025. 4. 22.
유화 (3) 이번 학기 처음으로 캔버스에 그리는 과제를 받았다. 그와 함께 유화 물감과 쓸 수 있는 보조제에 대해서도 배웠다. 유화물감은 그냥 캔버스에 칠하기에는 다소 뻑뻑하기 때문에 보조제를 섞어 쓴다. 이제껏 사용한 것은 터펜틴이었다. 터펜틴은 휴발성이 강해 물감이 빨리 마른다. 이미  마른 물감도 녹여, 이를 이용해 그림을 수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탕 위에 새로 물감을 입힐 때 자칫 마른 물감이 녹아 새것과 섞이기도 한다.  이보다 휴발성이 덜한 리퀸을 이미 발라놓은 물감을 녹이지 않아 덧칠이 가능하다. 유화의 장점이며 단점은 물감이 더디 마른다는 것이다. 보통 유화 물감은 3일 정도 지나야 그 위에 물감을 칠할 수 있을 정도로 마르지만, 리퀸은 6시간 정도 지나면 가능하다. 터펜틴은 30-40분이면 마른다.. 2025.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