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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선물 지난 연말 신부님으로부터 가정성구를 적은 캔버스를 선물 받았다. 나만 받은 것이 아니라 성당의 모든 가정이 받았다. 지난여름 신자들의 연락처를 업데이트하며 신부님은 각 가정이 마음에 품고 살고 싶은 성구를 적어 내라고 했다. 신부님이 추리고 정리한 가정 성구를 H 씨가 캘리그래피로 쓰고, 여기에 J 씨가 그림을 그려 넣어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완성된 캔버스는 신부님이 구입해서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수입금은 제대회 경비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성구를 내지 못한 가정이나 성당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해 좋은 성구를 적은 캔버스를 추가로 만들어 그날 성당에 나온 모든 가정이 캔버스 선물을 받았다. 가끔 교회에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명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상적이지 않은 헌금.. 2026. 1. 2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책을 돌려보는 교우가 있다. 아마도 그가 먼저 시작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내가 ‘수도원 일기’라는 책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그가 이 글을 보고 책 이야기를 시작했고, 먼저 내게 책을 빌려 주었지 싶다. 그는 소설보다는 종교서적, 에세이, 인문학 책을 좋아하고 나는 에세이나 소설을 좋아한다. 서로 접점을 찾아, 그는 내게 종교색이 너무 짙지 않은 책을 빌려 주고, 나는 그에게 에세이 위주로 빌려 준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이다. 공지영이 쓴 ‘수도원 기행’ 1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톨릭 신자가 되고 난 다음의 일이다. 그녀의 소설을 한, 두권 정도 읽었을까.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편견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녀의 정치적인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그녀가 쓴 ‘.. 2026. 1. 16.
산타가 되어보세요 블랙프라이데이는 큰 연례행사였다. 목요일에 신문을 사서 세일 품목을 검토하고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 필요하면 가족이 분산하는 쇼핑계획까지 세우곤 했다.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매장을 찾으면 이미 긴 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쇼핑 덕에 굳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은 내가 포장을 하고 우체국까지 가는 번거로움 없이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요하면 카드도 동봉할 수 있다. 지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에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수시로 세일을 한다.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해 주는 행사의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쇼핑을 그만두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거의 매주 쇼핑을 한다. 선물 때문이다. 내게는 모두 더하면.. 2025. 12. 12.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보’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기력이 나날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아내는 그가 아들과 방문을 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혼자 집에 남은 그는 아내가 쓰던 스카프를 병 속에 넣어두고 그리울 때면 꺼내어 그녀의 향기를 맡는다. 이제 그 병의 뚜껑을 여는 일도 쉽지 않다. 매일 요양보호사들에 집으로 와 그의 식사를 챙기고 목욕을 시켜준다. 요양보호사들은 그에게 기저귀를 권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며 자주 실례를 한다. 오랜 친구 ‘투레’와 반려견 ‘식스텐’이 유일한 기쁨이다. 다른 도시에 살며 역시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투레와는 자주 전화를 한다. 아들 ‘한스’가 있지만 좋은 관.. 2025.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