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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화 I (3) 학교의 장애학생 서비스(SSD)에 가서 면담을 했다. 면담이라고 하지만, 이미 작성해 놓은 종이에 사인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젤은 벌써 주문했다고 한다. 다음 주 수업에 들어가니 새로 온 이젤이 준비되어 있다. 테이블 위에 놓고 쓰니 팔도 안 아프고 편하다. 교수 말이 내게 빌려 주었던 자기의 테이블 이젤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고 한다. 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새 이젤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렸다. 이미 만들어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는 처음이다. 집에 가서 그림을 마저 완성하는 것이 다음 주 숙제였다. 다음 주 수업에서는 반원들이 완성해 온 그림을 보고 함께 검토/비평 (critique)을 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그림을 하나 선택해 관찰하고, 의논을 나누어 메모하고, 발표를 한 .. 2024. 3. 28.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도서관에 다녀왔다. 그동안에는 e-북을 킨들에 다운로드해서 대여했는데, 한국책은 e-북이 거의 없다. 자주 도서관에 가는 친구가 최근에 한국소설들이 새로 많이 들어왔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가보았다. 도서관 입구 좌측에는 헌 책을 파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기증한 책을 정리해서 판다.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며, 봉사 시간이 필요한 학생이나 경범죄 또는 교통 티켓을 받아 벌금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하기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책가게에 먼저 들어갔다. 가게 안에 있던 백인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반긴다. 한참만에 이창래의 소설 ‘가족’(Aloft)를 집어 들었다. 1달러다. 잔돈이 없어 20불짜리 지폐를 내니 가게에도 .. 2024. 3. 24.
사별과 재혼 B 씨가 재혼을 했다. 그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 절친 M의 남편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잘 지내던 그녀는 3년 전 췌장암이 발견된 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혼하지 않은 두 딸과 지내던 그가 작년 연말에 재혼을 했다는 소식은 M의 언니가 전해 주었다. B 씨의 재혼을 두고 처가에서는 서운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자와 사별 후 재혼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성과 독립심이 강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의식주를 아내에게 크게 의존하며 살던 남자는 결국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별 후 언제 재혼을 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터.. 2024. 3. 17.
LGBTQ (성소수자) 학교에서는 주말이 다가오면 다음 주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를 소개하는 메일이 온다. 지난주 메일에는 이번 주에 LGBTQ (성소수자) 관련 미술 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담당교수가 마침 내가 듣는 아크릴 클래스 교수인 Amelia 다. 동성애자라면 아직도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선뜻 가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음 주 화요일, 그날도 차가 늦게 와 수업에 늦어 짧은 강의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3시간가량 실습을 하고 수업이 끝나자, 교수가 내일 워크숍에 모두 참석해 달라고 한다. 집에 와서 다음날 차편을 예약했다. 순전히 Amela를 보고 가기로 한 것이다. 워크숍은 과거에 ‘모나크 홀’이 있던 지금은 Campus Center 가 된 건물에서 한다. 행사는 LGBTQ 사무실에서.. 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