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이야기34

한국 신문, 미국 신문 81년 미국에 와서 보니 집도 크고, 차도 크고, 수박도 크고, 길도 넓고, 모든 것이 컸다. 신문도 그중 하나다. 그 무렵 한국신문은 16-32쪽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LA 타임스의 한 섹션이 한국의 일간지 분량과 비슷했다. 전국, 경제, 캘리포니아, 캘린더, 인터데인먼트, 스포츠 등의 섹션이 있었고, 모두 합치면 평일판도 50-60 페이지는 족히 넘었다. 게다가 미국 신문은 공휴일이 없다. 일 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이 나온다. 일요판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아 끈으로 묶여 있었다. 부동산을 비롯 별도의 광고 섹션이 있었고, 주간지, TV 가이드, 그리고 컬러풀한 쿠폰들이 들어 있었다. 주말에 카페나 도넛 가게에 가면 일요판 신문을 사들고 와서 커피를 마시며 여럿이 모여 신문을 나누어.. 2024. 7. 19.
아메리카 로드트립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상위 순위에 놓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캠퍼로 개조한 밴을 타고 대륙 횡단하기를 꿈꾸어 왔다. 58세에 31년 주 공무원 생활을 접었을 때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런저런 여건이 되지 않아 직장을 옮겨 다시 9년 더 일을 했다. 그동안 나이도 들었고, 이제 몸도 많이 쇠약해졌다. 캠핑을 다녀오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은 호텔 방보다는 내 침대가 편하다.  젊어서는 나의 장애가 활동에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혼자 북가주로 출장을 다니며 호텔에서 사무실까지 한두 블록 정도는 거침없이 휠체어를 밀고 다녔고, 넓은 공항에서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팔에 힘이 빠지.. 2024. 6. 25.
LGBTQ (성소수자) 학교에서는 주말이 다가오면 다음 주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를 소개하는 메일이 온다. 지난주 메일에는 이번 주에 LGBTQ (성소수자) 관련 미술 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담당교수가 마침 내가 듣는 아크릴 클래스 교수인 Amelia 다. 동성애자라면 아직도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선뜻 가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음 주 화요일, 그날도 차가 늦게 와 수업에 늦어 짧은 강의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3시간가량 실습을 하고 수업이 끝나자, 교수가 내일 워크숍에 모두 참석해 달라고 한다. 집에 와서 다음날 차편을 예약했다. 순전히 Amela를 보고 가기로 한 것이다. 워크숍은 과거에 ‘모나크 홀’이 있던 지금은 Campus Center 가 된 건물에서 한다. 행사는 LGBTQ 사무실에서.. 2024. 3. 16.
컨트리 뮤직의 아웃로 윌리 넬슨 음악에 대한 취향도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80년대 중반, ‘케니 로저스’에 빠져 지낸 시기가 있었다. 그의 음반을 이것저것 사 모았고, 크리스마스에는 그가 부른 캐럴 음반을 들었다. LA에서 60마일 거리인 랭커스터를 오가면서는 '존 덴버'의 노래로 졸음을 쫓았다. 마침 그 무렵, 라디오 코리아가 생겨 한국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아침 출근길에는 뉴스, 저녁 퇴근길에는 음악방송을 들었다. 하지만 라디오 코리아의 전파는 LA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산을 넘으면 라디오 코리아는 물론 주류 FM 방송도 들리지 않았다. 카세트테이프로 그의 노래를 들었다. 내 기억 속 ‘윌리 넬슨’은 세금을 내지 않아 감옥에 가게 된 뮤지션, 길게 땋은 머리에 빨간 두건을 쓴 히피였다. 언제부터 그의 노래를 좋아.. 2024.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