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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LGBTQ (성소수자)

by 동쪽구름 2024. 3. 16.

학교에서는 주말이 다가오면 다음 주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를 소개하는 메일이 온다. 지난주 메일에는 이번 주에 LGBTQ (성소수자) 관련 미술 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담당교수가 마침 내가 듣는 아크릴 클래스 교수인 Amelia 다. 동성애자라면 아직도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선뜻 가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음 주 화요일, 그날도 차가 늦게 와 수업에 늦어 짧은 강의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3시간가량 실습을 하고 수업이 끝나자, 교수가 내일 워크숍에 모두 참석해 달라고 한다. 
 
집에 와서 다음날 차편을 예약했다. 순전히 Amela를 보고 가기로 한 것이다. 워크숍은 과거에 ‘모나크 홀’이 있던 지금은 Campus Center 가 된 건물에서 한다. 행사는 LGBTQ 사무실에서 열리고 있었다. 벽 쪽으로는 카운슬러들의 방이 있고, 가운데 큼지막한 홀에 테이블이 차려져 있다. 
 
여성과 성소수자 재향군인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LAVC에는 300여 명의 재향군인이 있으며 이 중 여성이 25%를 차지한다. 아직 성소수자의 숫자는 파악 중이며 내년에는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되자, 2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교수가 간단히 색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와 아크릴 화 그리는 요령을 설명하고 각자 주최 측이 준비한 준비물을 가져다가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순서 없이 카페테리아에서 주문해 온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샐러드와 몇 가지 파스타, 구워서 먹기 좋게 썰어 놓은 닭고기, 그리고 마늘 빵이다. 나는 배가 고파 준비물만 받아다 놓고 점심을 먼저 먹었다. 음식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내 곁에는 해병대 출신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그날 모임에는 그녀를 비롯 2명의 여성 재항군인, 군인 남편을 둔 여성 1명,  3-4명의 군출신 남성, 아마도 성소수자였을 것이다, 성소수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교직원들이 있었다. 우리 반에서는 유일하게 나만 참석했고, 다른 미술 클래스를 듣는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그걸 보며, 아, 사람들은 겉으로 내놓고 말은 안 해도 여전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반 교수인 Amelia 가 동생애자인 것은 진즉 알고 있었다. 학교 사이트의 그녀 소개에 아내,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날도 그녀는 워크숍을 시작하며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혔다. 
 
동성애자들 중에는 겉으로 크게 표가 안 나게 외모를 차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리나 옷모양새부터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하고 표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Amelia는 전자에 속하며, 나는 그런 것을 선호한다. 
 
그날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으며, 특히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을 매우 고마워했다.
 
난 그날 1시간 남짓 그림을 그리며 캔버스에 밑그림만 겨우 완성해 가지고 왔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에도 이 행사에 참석하려고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나의 생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들도 결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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