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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55

은퇴하고 1년 은퇴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이제 어떻게 소일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가을과 봄 학기에 미술 클래스를 두 번 들은 것 외에 딱히 한 일은 없다. 벼르던 여행도 못했다.  잠자는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일을 할 때는 비록 집에서 하는 일이지만 7시 전에 일어나 8:30분쯤에는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시늉을 했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있어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은 11시 정도에 잔다. 9시쯤에 자리에 누워 인터넷으로 한국신문과 LA 타임스를 찾아보고, 킨들로 책을 읽는다. 책이 재미있으면 11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늦게 잠든 날은 다음날 7시를 넘겨 일어난다.  학교에 가는 .. 2024. 6. 29.
숫벌과 나 6촌 동생의 생일이라 네 집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네 집이라 함은 나와 내 동생, 생일을 맞은 6촌 동생,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아저씨가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이다. 말이 아저씨지 나와는 동갑이다. 부모님이 모두 실향민이었기에 일가친척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미국에 오고 나니 더욱 그러하다. 장소는 K타운에 위치한 J 노래교실. 준비해 간 음식을 먹고 마시고, 그 자리에서 노래까지 부를 수 있다. 식당에서 밥 먹고 카페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젊어서는 서로 먹고살기 바빠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공통분모를 가진 동년배가 모이면 재미있고 좋다. 조금 늦게 아저씨 부부가 도착했는데, 아줌마가 (우린 늘 그녀를 아줌마라 불러왔다) 지팡이를 짚고 들어 온다. 얼마 .. 2024. 4. 7.
병원 이야기 (7) 1월 10일, 전문의를 보러 갔다. 이름을 불러 들어갔더니, 간호사가 대뜸 침대에 누우라고 한다.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 올라가니 환자 가운을 주며 하의를 모두 벗으라고 한다. 의사가 방광 내시경을 할 것이라고 한다. 창피할 사이도 없이 간호사는 스펀지에 소독액을 묻혀 아랫도리를 닦아 준비를 했다. 여성 간호사였는데, 나중에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니 40대 정도로 보였다. 그녀가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하니 나 역시 창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의사가 들어오더니 내시경을 넣는다. 간호사가 미리 마취액을 주입했지만 여전히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의사가 내시경을 돌릴 때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검사를 끝낸 의사는 방광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걸로 방광문제는 일단락이 되었.. 2024. 2. 9.
병원 이야기 (6)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12/23), 가족모임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이 손주들과 와서 함께 점심을 먹고, 선물도 풀고, 놀다가 돌아간 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작은 핏덩이가 나왔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음날 (12/24), 낮에 그리고 저녁에 두 차례 또 핏덩이가 나왔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보니, 피가 녹아 있는 듯 핑크빛이다. 열도 없고 아픈 곳도 없어 큰 병은 아니지 싶어 내일쯤 의사에게 연락을 해야지 하고 또 하루를 보냈다. 12월 26일, 의사와 전화 면담을 하려고 사이트에 들어가니, 마침 주치의에게 빈 시간이 있다. 오후에 통화가 이루어졌다. 일단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해 보자고 한다. 집 근처에 있는 카이저에.. 2023.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