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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16

자식 자랑 요즘 젊은 세대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그 나이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드니, 나보다는 자녀,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왈, “라떼는 말이야”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해 봐야 본전 찾기가 어렵다. 기분을 상하거나,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화제는 건강이다. 어디가 아프고, 그럴 때는 운동은 이렇게 하고 저런 음식을 먹으면 좋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로 대충 전반전은 정리가 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라떼’와 자식.. 2024. 7. 6.
누울 자리 6촌 동생의 생일에 다녀왔다. 나와 내 동생, 우리가 아저씨라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 그리고 생일을 맞은 6촌 동생네, 이렇게 4집이 모였다. 일가친척이 귀한 실향민의 자식들이다 보니 촌수와 상관없이 가깝게 지낸다. 지난해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부모님 세대는 모두 떠나시고, 이제 우리 시대가 되었다. 모이면 화제는 정치도 연예인의 스캔들도 아니다. 주변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복용하는 약, 어디 아픈 데는 무엇이 좋다더라는 이야기들이다. 이날은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온 숙모 탓에 자연스럽게 몸 아픈 이야기로 시작해 장지준비로 이어졌다. 6촌 동생의 아내가 장지를 마련하려고 요즘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나와 내 동생은 부모님 돌아가신 후 장지를 사 두었다. .. 2024. 4. 12.
사별과 재혼 B 씨가 재혼을 했다. 그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 절친 M의 남편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잘 지내던 그녀는 3년 전 췌장암이 발견된 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혼하지 않은 두 딸과 지내던 그가 작년 연말에 재혼을 했다는 소식은 M의 언니가 전해 주었다. B 씨의 재혼을 두고 처가에서는 서운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자와 사별 후 재혼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성과 독립심이 강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의식주를 아내에게 크게 의존하며 살던 남자는 결국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별 후 언제 재혼을 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터.. 2024. 3. 17.
오병이어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성당에서는 주일 미사가 끝나고 나면 다과를 나누는 친교시간이 있었다. 다과는 순번에 따라 구역들이 돌아가며 준비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며 미사도 친교도 모두 중단이 되었다. 그 후, 백신이 보급되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서자 성당의 미사는 마스크를 쓰고 다시 시작되었지만 친교는 할 수 없었다. 세상사 무슨 일이건 끝내기는 쉽고 다시 시작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마스크 의무 착용이 없어지고 펜데믹도 종료되었지만, 친교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얼굴들인데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우리 구역은 미사가 끝난 후 주차장 한편 나무그늘 아래에 모여 잠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마 후부터는 신부님도 들려가는 자리가 되었다. 몇 번인가 신부님이 .. 2024.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