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21 이웃사촌 기둥이 그대로 드러난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차고를 마침내 수리하기로 했다. 단열재를 넣어 벽을 치고, 위도 막고, 선반을 매고, 조명과 팬을 달기로 했다. 그동안 살면서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들을 하나둘씩 차고로 보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공사를 이틀 앞둔 주말 오후, 아내가 물건을 정리한다고 차고에 들어갔다. 별 진전 없이 한참을 씨름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교우 J 씨 부부가 나타났다. 두 사람이 힘을 보태 아내의 캔버스를 비롯해 책이며 일하는 사람들이 다루면 자칫 망가질 수 있는 물건들을 페티오로 옮겼다. 저녁을 먹고는 D 씨 부부가 와서 또 한차례 짐을 옮겨, 일하는 사람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지난주 LA에서는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2024. 12. 25. 터키 나눔 내가 터키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5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 우리 집은 벽제에 살고 있었는데, 근처 미군부대의 부중대장 부부가 3명의 어린 자녀와 함께 아래채에 세를 살고 있었다. 나는 아내인 바바라에게 영어를 배웠고, 가끔 그녀가 외출을 할 때면 베이비시터를 해 주었다. 양계장을 하시던 아버지는 넓은 마당에 칠면조를 몇 마리 키우고 있었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오자 누가 먼저 꺼낸 이야기인지 터키를 구워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바바라가 오븐을 빌려와서 터키를 굽고, 어머니가 한식을 준비해서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터키 한 마리는 우리 식구 7명에 바바라네 식구 5명, 도합 12명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터키는 맛만 보고 어머니가 준비한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살을 발라 먹고 남은 터키의.. 2024. 11. 23. 추억의 옛 가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운동을 하거나 산보를 하시며 노래 듣기를 좋아하셨다. 허리에 워크맨을 차고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엣노래를 헤드폰을 끼고 듣곤 하셨다. 카세트는 30분 한 면이 다 돌고 나면, 테이프를 바꿔 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한번 충전에 몇 시간이고 중단 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아이팟을 여동생이 사 드렸는데, 그 자그마하고 생소한 기기가 불편하셨던지 얼마 후에는 다시 워크맨으로 돌아갔다. 20여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한창 유행하던 해바라기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지인이 CD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한데 그때 내 차에는 CD 플레이어가 없었다. 카세트테이프를 사달라고 했다. 그 후 장만한 차에는 CD를 6장 넣고 들을 수 있는 CD플레이어가 있었고, 지금 타는 차에.. 2024. 11. 2. 건강과 행복 목요일, 학교를 오가는 시간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미사여구도 없고 에둘러 애매한 표현도 없는 명쾌한 답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지난주에는 건강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년쯤 되면 누구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을 찾아 먹고, 건강에 좋다는 운동도 한다. 과연 “건강”이란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가.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 상태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나 같은 장애인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누구도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법륜스님은 아프지 않은 상태가 건강이라고 했다. 몸은 이상이 .. 2024. 10. 5.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