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8 가지 않은 길 (유화 4) 이번 주 과제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다.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알고 있는 이야기, 또는 음악이나 시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하는 일이다. 수업시간에 과제에 대한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두 가지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하나는 ‘새옹지마’였고, 다른 하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영시 ‘가지 않은 길’이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은 내 인생 좌우명에 가까운 새옹지마였지만, 막상 스케치를 하려 하니 말은 대충 그리겠는데, 노인과 다리가 부러진 아들을 그리는 일이 난감했다. 결국 차선책으로 가지 않은 길을 그리기로 했다. 처음 생각은 이제껏 그려온 내 스타일의 그림이 (밝은 색상에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 아닌 고흐 스타일로 그려볼 생각이었다. 강한 톤의 물감을 듬뿍 찍어 발라 질감을 살려 보리라. 그런데 막상 밑그림을.. 2025. 5. 24. 유화 (4) 봄 학기도 2/3가 지나, 한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다음 학기 스케줄이 나왔다. 유화 II에 등록을 했다. 가을 학기에는 수업 시간이 바뀌어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미국 대학에는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성인들이 많아 스케줄이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학기마다 수업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어제는 지난 과제 #2와 #3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은 별도의 수업은 없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하나씩 평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림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그림을 모두 완성해서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다 끝내지 않은 그림을 가지.. 2025. 5. 3. 유화 (2) 유화반 교수 아멜리아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가 교실의 싱크대를 쓰지 못해 화장실 싱크를 사용한다는 것을 지난번 수업시간에 알게 되었다며, 미안하다고, 학장에게 이야기해서 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미술 수업을 하는 아트빌딩 교실에는 한쪽 구석에 싱크대가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을 이곳에서 필요한 물을 떠다 쓰기도 하고, 붓이나 팔레트 등을 씻기도 한다. 싱크대 아래쪽이 막혀있어 나 같은 휠체어 장애인은 접근이 용이치 않다. 휠체어 앞부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1년 반 동안 교실 옆 화장실 싱크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 여럿이 함께 쓰는 싱크대보다는 화장실에 가서 혼자 넓게 쓰는 것이 더 편하다. 그녀에게 답장을 썼다. 고맙다고.. 2025. 3. 15. 아크릴화 II (5) 학기가 끝이 났다. 나이가 든 탓인지 요즘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LAVC의 미술 클래스는 초급, 중급, 고급반이 모두 한데 모여 수업을 듣는다. 기초 이론은 초급반에서 거의 다 배운다. 한 번 들어 다 배워지지 않으니 중급, 고급반도 같은 내용을 반복해 듣는다. 물론 새로운 것도 배우고, 과제는 클래스 수준에 따라 다르다. 이번 학기 우리 반에는 고급반은 없었고, 중급반에는 나를 포함 두 명이 있었다. 중급반의 마지막 학기말 과제는 캔버스가 아닌 3D 물체에 물감을 입혀 원형과는 다른 모습을 만드는 것이었다. 교수가 과거 학생들이 제출했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돌멩이에 뱀이나 생쥐를 그리거나 바나나를 오이를 바꾸어 놓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빈병에 열대어와 수초를 그려 어항을 만들기로 했다. 이.. 2024.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