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19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학기가 끝나 간다. 이제 2주 남았다. 학기는 끝나가는데, 그림이 늘었다는 생각보다는 자꾸 “아, 나는 그림 그리는 재능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모범학생이다. 수업에 빠진 적도 없고, 과제물이 늦은 적도 없다. 배운 대로, 담당교수의 가르침대로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학기가 끝나가는 요즘 그림이 늘었다는 느낌보다는 이것이 나의 한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만점을 받았는데, 두 번째 그림에서는 C를 받았고, 이번에 제출한 그림도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냈다. 소재에 창의력이 없다. 교수가 정해준 틀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모두가 비슷하게 그리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이때는 테크닉에 따라.. 2024. 5. 23.
아크릴화 I (2) 2/13일 실습시간, 교실에서 처음으로 이젤을 써 보았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는 집에서 테이블이나 화판을 썼고, 지난가을 수채화 수업을 들었던 교실에는 테이블이 있었다. 지금 사용하는 교실에는 테이블은 없고 이젤만 있다. 철제로 만들어진 교실의 이젤은 내게는 너무 높고, 휠체어로 접근이 쉽지 않다. 휠체어를 옆으로 붙여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그리자니 팔도 아프고 힘들다. 매주 수업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줌으로 교수와 면담을 할 수 있다. 다음날 아침, 줌으로 교수와 상담을 했다. 교수도 내가 이젤에서 멀찍이 떨어져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며, 다음 주 수업 때 이젤을 조절해 주겠다고 한다. 2/20일, 교수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이젤도 조절해 주었다. 지난주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높이와 각.. 2024. 3. 3.
그림 읽어주는 여자 인터넷 책방의 단점은 책을 만져보거나 펼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책의 제목이나 작가에 끌려 책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구입 전에 구글에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내가 직접 책을 펼쳐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림 DJ ‘한젬마’의 책 ‘그림 읽어주는 여자’도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이다. 제목을 보고 그림에 대한, 그림에 얽힌, 또는 화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자세히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았고, 글은 짧아 에세이라기보다는 단상에 가까웠으며, 페이지에는 여백이 너무 많았다. 1, 2 장을 읽으며 부족한 내용으로 서둘러 만든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다. 나의 오해는 3장, “그림 세계와의 경쾌한 연애”을 읽으며 풀렸다. 이 장에.. 2024. 2. 13.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읽으며 다시금 하루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일상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된다. 음악을 듣거나, 차 또는 술을 마시며 떠오르는 단상, 길을 가다 문득 눈을 들어 본 주변의 사물, 버스나 전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지나가며 듣는 낯선 이들의 대화가 모두 글이 된다. 이 책에는 1984년 ‘Classy’라는 잡지가 창간된 때부터 이 년 동안 일레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연재했던 글과 그림을 모은 것이다. 하루키의 글만큼이나 미즈마루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절반은 글이고, 나머지는 그림이다. 하루키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이 책에 실린 글을 썼고, 머리에 떠오른 것을 술술 써서 .. 2024.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