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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이상 없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로 이 영화를 1시간쯤 보다가 너무 어둡고 잔인한 살육장면이 많아 보기를 중단했었다. 그 후, 몇 편의 다른 영화를 보면서도 이 영화는 보지 않았다. 며칠 전 LA 타임스에 아카데미 상에 대한 기사와 함께 다시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읽고 영화를 마저 보았다. 독일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어려서 읽었던 책인데,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1929년에 책이 출간되고, 다음 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1930년 제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고 한다. 17살의 ‘파울 보이머’는 참전을 독려하는 주변 분위기에 또래의 친구들과 독일제국의 승리를 위해 군에 자원한다. 충분한 훈련도 없이 전쟁터로 보내진 그들에게는 제.. 2023. 1. 31.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世說’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그가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칼럼과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2003년에 출간되었으니, 20년이나 된 책이다. 30년 기자생활을 한 베테랑답게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곳곳에 스며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 한국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 속에 빠졌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 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밥벌이의 지겨움) 윗사람에게 잘 보여 남들보다 빨리 위로 올라가려고 애쓰던 30여 년 직장생활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2023. 1. 29.
아이패드 며칠 전 ‘아이패드 에어’를 샀다. 5년 넘게 쓴 구형 아이패드보다 당연히 빠르고 색상도 선명하다. 내가 애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내 생일 때의 일이다. 큰 아들 세일이가 내게 애플워치를 선물로 주었다. 난 그때 스마트 폰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이폰 없는 애플워치는 별로 실용성이 없어 보여, 며칠 후 애플 스토어에 가서 아이패드와 교환을 했다. 신형 애플 워치는 꽤 돈이 나가, 교환을 하고 $100 가까이 되는 돈을 선물권으로 받았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세일이는 내가 애플워치를 바꾼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좀 더 유용한 물건으로 바꾼 것인데, 사준 선물이 맘에 안 들어 바꾼 것으로 알고 섭섭했던 모양이다. 아이패드로 카톡도 하고 인터넷 바둑도 두게 되었고, .. 2023. 1. 27.
빵가게 재습격 내가 읽은 하루키 소설집 ‘빵가게 재습격’ 은 2000년 판이다. 2014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개정판에는 3 작품이 더 들어 있다. 빵가게 재습격 - 새벽 두 시, 잠을 깬 아내와 나는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인다. 여섯 개의 캔맥주를 나눠 마셔도 공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예전에 빵가게를 습격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고, 아내는 빵가게를 찾아 가지고 한다. 두 사람은 산탄총을 들고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코끼리의 소멸 - 마을 축사에서 코끼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코끼리 발에 채워놓은 족쇄만 남아 있고 밖으로 향한 발자국은 없다. 사육사도 함께 사라졌다. 패밀리 어페어 - 전자제품 회사 광고부에 근무하는 나는 몇 년째 여동생과 살고 있다. 여동생이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컴퓨터 엔지니어와 사귀어 .. 2023. 1. 25.
파리의 도서관 ‘자넷 스케슬린 찰스’의 장편소설 ‘파리의 도서관’ 은 2차 세계 대전 동안 파리의 미국 도서관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다. 주인공 ‘오딜 수셰이’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작가는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자료와 회고록을 찾아 읽고 조사하며 이 책을 썼다. 경찰 고위직의 딸인 오딜은 파리에 있는 미국 도서관의 사서로 취직을 한다. 그녀에게는 쌍둥이 남동생 ‘레미’가 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레미는 군에 자원입대를 한다. 아버지는 그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매주 경찰 공무원을 집으로 초대해서 딸에게 선을 보인다. 그렇게 해서 만난 ‘폴’이 그녀의 남자 친구다. 오딜은 도서관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과 가족과 같은 친분을 쌓게 되며 , 외교관 남편.. 2023. 1. 22.
마사지 놀이 내 또래 (60대)의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어려서 조부모의 등을 긁어드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나무를 깎아 만든 효자손도 있지만 어찌 손주 녀석의 따스한 손과 비교할 수 있으랴. 여름보다는 겨울, 낮보다는 밤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아무개야, 등 좀 긁어다오” 하며 윗옷을 걷어 올리곤 했다. 겨울이 되면 날씨가 건조해져 수분이 부족하고 노화현상으로 피하지방이 줄어든 노인의 피부가 가려웠을 것이다. 등 긁기에는 깎은 지 며칠 지나 적당한 길이로 자란 손톱이 좋다. 길면 자칫 피부에 상처가 나고, 짧으면 등을 긁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손주가 여럿이라도 가려운 곳을 골라 잘 긁는 놈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놈도 있다. 등을 잘 긁고 나면 할머니는 장롱에 숨겨 두었던 사탕이나 과자를 슬쩍 집.. 2023.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