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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코 말하지 않는 것들 57세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 ‘아티 댐’은 지역 사회와 학생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30년을 함께한 아내 ‘이비’와 매사추세츠 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해안 마을에 살며, 주말에는 취미로 돛단배를 타는 등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지독한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에 가족과 동료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깊은 내면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하는 단절감을 느낀다. 그의 가족에게는 10년 전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다. 아들 ‘롭’이 운전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냈고, 이 사고로 동승했던 그의 여자친구가 사망한 것이다. 아들이 말하지 않았지만, 아티는 사고 원인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후, 롭은 마음을 닫아버렸고, 아티와 아내 사이에도 말로 꺼내지 못하는.. 2026. 6. 9.
블록파티 우리 골목 블록파티에 다녀왔다. 고부라진 막다른 골목이라 외부 차량은 들어오지 않는 조용한 주택가다. 길목에 차를 세워 길을 막고, 그늘막을 세우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파티장이 마련되었다. 오후 5시, 시간에 맞추어 아내가 준비한 만두 튀김을 들고나가니 하나둘씩 음식을 가지고 모여들고 있었다. 골목 안에는 10여 가구가 살지만 20여 년 이곳에 살며 말을 섞고 지낸 이웃은 고작 3-4집 정도다. 파티를 주선한 에드리안이 초대한 이웃 골목 몇 가구가 더해져 30여 명이 모였다. 필리핀 음식 서너 가지, 파스타, 샐러드, 샌드위치, 피자, 아내가 구운 만두에 맥주와 와인, 물과 음료수, 디저트와 커피 등 다양한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중동계 이민자인 토니가 불을 피워 만든 케밥.. 2026. 5. 23.
소통 흔히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또는 “대화가 안 된다”는 말을 한다. 특히 부모자식, 부부 사이가 그렇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두 표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달라 벽을 보고 얘기하는 느낌일 때 쓰고, “대화가 안 된다”는 문답이 오가지 않거나 논점이 자꾸 어긋나서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때 쓰며, 조금 더 넓고 격 있는 표현으로는 “소통이 안 된다”는 표현도 있다. 며칠 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니, 스님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대화나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은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또는 따라 주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말을 경청하고 내용도 모두 이해했지만 그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대화가 없고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의 .. 2026. 4. 25.
돈타령 며칠 전 시니어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창밖에서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주차장에 노인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설마 반전시위라도 하는가 싶어 물어보니 식료품을 나누어 주는 날이라고 한다. 67세에 은퇴를 하기 전, 수없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에 약간의 예비비까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막상 은퇴를 하고 나니 돈 쓸 일이 생기면 한 번 더 잔고를 확인하게 된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출을 주저하게 된다. 아내의 전화기는 바꿔 주었지만, 3년이 지난 내 것은 아직도 그냥 쓰고 있다. 1-2년 더 쓸 생각이다. 손주들 생일에 사주는 선물의 가격도 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적립해 둔 돈을 다 찾아 쓰면 끝이 나는 개인은퇴계.. 2026. 3. 25.
플래시(Flesh) 무대는 1980년대 후반 헝가리, 어머니를 따라 새 동네로 이사한 15세 소년 ‘이슈트반’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42세 이웃 유부녀의 장보기를 도와주던 그는 그녀와 비밀스러운 성적관계를 맺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 남편과 계단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남편이 계단 아래로 굴러 사망하게 되고, 그는 소년원에 수감된다. 출소 후, 갈 곳이 없던 이슈트반은 군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파병되어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한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전우 ‘리키’가 폭발물 사고로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후 내적 외상을 입게 된다.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와 와이너리 창고에서 일을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산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스트.. 2026. 3. 18.
시니어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여름부터 일주일에 두 번, 두 곳의 시니어센터에 간다. 미국 시니어센터는 미주에서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양로보건센터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소액의 (나는 노스릿지에는 연회비 $15, 셔먼옥스에는 월회비 $5를 낸다) 연회비 또는 월회비를 내면 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미술부터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 카드나 마작, 당구 같은 게임, 빙고, 댄스, 토론이나 상담 등이 있고, 점심이 무료로 제공된다. 그 밖에도 법률이나 의료상담, 기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늘은 그곳에서 만난 몇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0대 중반 나이의 A는 최근에 운전을 그만두고 노인과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차량 서비스를 .. 2026.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