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39 병원 이야기 (10) 감기로 시작된 일이다. 9월 15일, 목이 아프다. 혹시 감기가 아닌가 싶다. 9월 16일, 시니어 센터에 다녀왔다. 여전히 감기 기운은 있는데 콧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아픈 곳도 없다. 9월 17일, 아내가 카이저 안과전문의와 약속이 있는 날이라 함께 다녀왔는데, 오후부터 기침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 목 안에 가래가 있는데, 쉽게 뱉어지지가 않는다. 혹시 COVID가 아닌가 싶어 집에 있는 (날짜가 지난) 테스트 킷트를 꺼내 검사를 해 보았다. 음성이다. 9월 20일, 주일인데 성당에 가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5년 동안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는데, 요즘 방심했던 모양이다. 9월 22일, 먹던 감기약 Advil을 며칠 전 끊었다. 감기약을 먹고부터 심박수가 다시 100을 넘었다. AI에.. 2026. 9. 26. 가을은 이별과 죽음을 생각게 한다. 며칠 전에도 습도 높은 더위가 찾아와 우리 집 에어컨을 힘들게 하더니 해는 이제 많이 기울어 오후가 되면 긴 그림자를 만든다. 미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성당 옆 나무 밑에는 떨어진 낙엽이 한 무리를 이루어 굴러다닌다. 어느새 가을이 곁에 왔구나. 가을은 이별, 그리고 죽음을 생각게 한다. 13-14살 무렵의 일이다. 밤이면 죽음을 생각하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마냥 두렵고 슬프게 느껴졌다. 2주 전, 시니어 센터의 마작 모임에 가니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줄리가 죽었다고 한다. 지난주에도 나와 같은 테이블에서 마작을 했던 그 줄리가 죽었다고? 문밖이 저승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혼자 살고 있었는데, 목요일 약속 장소에 나.. 2026. 9. 25. 내일을 알 수 없다 감기에 걸렸다. 증상보다는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에 놀라고 당황스럽다. 코로나 팬데믹 후 지난 5년 동안 감기를 걸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집에 있던 검사 키트로 (날짜가 지나긴 했지만) 검사를 했다. 다행히 음성이다. 이틀 정도 감기약을 먹었더니 애플워치 앱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으로 나온다. 나는 평소 심박수가 빨라 이를 조절하기 위해 베타 차단제 아테놀롤을 복용하고 있다. AI에게 (요즘은 웬만한 것은 이 친구에 묻는다) 물어보니 감기약 때문이라고 한다. 약 먹기를 중단했다. 감기 증상은 심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한데, 나이 탓인가 회복속도는 더디다. 컨디션은 성당에 나가도 될 듯싶었지만 오늘은 추석을 맞아 미사 후에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는다. 노인이 많은 우리 성당인데 .. 2026. 9. 21. 그랬다고 적었다 소설책은 작가의 성별이나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선택하는 편이지만 에세이는 조금 다르다. 에세이에는 작가의 삶과 평소 생각이 녹아있어 아무래도 동시대 사람의 글에 더 공감이 가고 애착이 간다. 내게는 딸 같은 나이의 작가 김애란의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도 몇 번이고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AI에게 물어 노인이 읽기에도 매력적이고 편안하게 다가올 책이라는 추천의 말을 듣고서야 구입했다. 책은 1부 사람의 얼굴, 2부 이야기 얼굴, 3부 일상의 얼굴로 되어 있다. 인지장애 진단을 받고 종합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요양원으로 옮겨간 아버지와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1부가 가장 좋았다. 평생을 이발사로 살아온 아버지의 이발소를 정리하는 장면에서 나는 부모님이 .. 2026. 9. 20.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하루키는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발표하고 10년쯤 지났을 무렵, 다시 잡지 ‘앙앙 anan’에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표제를 달고 에세이를 연재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오하이 아유미’의 동판화와 함께 연재순으로 엮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출간했다. 몇 가지 첫 번째 책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글의 맛이 조금 더 깊어졌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아유미의 그림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1편에 실렸던 판화에 비해 이번 책에 실린 그림들은 선이 매우 깔끔하고(테그닉이 늘었나?), 세련되어 보인다. 그리고 역시나 하루키적 발상인지 (어쩌면 편집자의 아이디어였을지도 모르겠다) 글 끝에는 에세이의 내용과는 별 상관도 없는 문장이 하나씩 적혀있다. “지바 현에서 ‘굿럭’이라는 .. 2026. 8. 15. 4와 5 사이 아, 또 졌다. 어제까지 5단이었는데, 이제 4단이다. 바둑 이야기다. 일과처럼 매일 바둑을 둔다. 누구를 만나서 두는 것도 아니고, 굳이 기원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아이패드나 전화기를 열어 태평양 건너 한국의 이름 모를 누군가와 바둑을 둔다. 인터넷 바둑은 상대방을 볼 수는 없지만, 돌을 보면 그 사람의 기풍이나 기분을 알 수 있다. 몸을 사리며 틈을 엿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변칙수를 꺼내드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평정심을 가지고 내 바둑을 두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크게 이기고 있는 바둑을 잘 지키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불리해진 상대방이 마구 도발하기 때문이다. 이때 잘못 말려들면 자칫 역전패다. 다소 불리한 바둑도 포기하지 않고 한집씩 내 집을 키우고 상대방의 집을 부수어나가.. 2026. 8. 14. 이전 1 2 3 4 ··· 1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