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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일기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 중고 책방을 알게 되어 여러 해 동안 한국 책을 주문해서 보아왔다. 펜데믹 이전에는 $50 이상 주문을 하면 6-8주가 걸리는 배편은 무료 배송이었고,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는 배편은 중단이 되고 DHL 항공편으로만 주문이 가능해졌다. 15-20%가량의 배송비를 지불하지만, 대신 책을  3-4일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금년 봄부터는 다시 배편 무료 배송이 시작되어 몇 차례 책을 주문했는데, 얼마 전 책을 주문하려고 하니 한국 주소를 입력하라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값도 달러가 아닌 원화로만 나오고, 해외 주문 옵션은 사라졌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오랜 세월 내 차를 정비해 주던 ‘밥’이 죽었고, 카이저의 주.. 2024. 7. 25.
한국 신문, 미국 신문 81년 미국에 와서 보니 집도 크고, 차도 크고, 수박도 크고, 길도 넓고, 모든 것이 컸다. 신문도 그중 하나다. 그 무렵 한국신문은 16-32쪽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LA 타임스의 한 섹션이 한국의 일간지 분량과 비슷했다. 전국, 경제, 캘리포니아, 캘린더, 인터데인먼트, 스포츠 등의 섹션이 있었고, 모두 합치면 평일판도 50-60 페이지는 족히 넘었다. 게다가 미국 신문은 공휴일이 없다. 일 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이 나온다. 일요판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아 끈으로 묶여 있었다. 부동산을 비롯 별도의 광고 섹션이 있었고, 주간지, TV 가이드, 그리고 컬러풀한 쿠폰들이 들어 있었다. 주말에 카페나 도넛 가게에 가면 일요판 신문을 사들고 와서 커피를 마시며 여럿이 모여 신문을 나누어.. 2024. 7. 19.
앙코르 (2) 대학의  한 학기 미술 클래스는 1주에 한 번, 16-18주 동안 진행되지만, 서머 클래스는 6주다. 그래서 일반 대학에서는 여름 학기에는 미술 실기 클래스가 없다. 시니어 대상 강좌인 앙코르의 서머 클래스는 1주에 두 번, 5주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6월에는 노예제도 폐지를 기념하는 ‘준틴스’와 7월 초 미국 독립기념일, 두 개의 연방공휴일이 있어, 수업은 8번뿐이다.  지난주에는 처음 써보는 팔레트 나이프로 그림을 그렸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다. 수업은 1시 30분에 시작해서 4시 30분까지 진행되는데, 강사인 ‘데보라’가 카메라를 자신의 캔버스에 맞추어 놓고 그림을 그리고 우린 그걸 힐끗힐끗 보며 각자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  가끔 한 번씩 강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공.. 2024. 7. 13.
자식 자랑 요즘 젊은 세대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그 나이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드니, 나보다는 자녀,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왈, “라떼는 말이야”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해 봐야 본전 찾기가 어렵다. 기분을 상하거나,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화제는 건강이다. 어디가 아프고, 그럴 때는 운동은 이렇게 하고 저런 음식을 먹으면 좋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로 대충 전반전은 정리가 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라떼’와 자식.. 2024. 7. 6.
은퇴하고 1년 은퇴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이제 어떻게 소일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가을과 봄 학기에 미술 클래스를 두 번 들은 것 외에 딱히 한 일은 없다. 벼르던 여행도 못했다.  잠자는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일을 할 때는 비록 집에서 하는 일이지만 7시 전에 일어나 8:30분쯤에는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시늉을 했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있어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은 11시 정도에 잔다. 9시쯤에 자리에 누워 인터넷으로 한국신문과 LA 타임스를 찾아보고, 킨들로 책을 읽는다. 책이 재미있으면 11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늦게 잠든 날은 다음날 7시를 넘겨 일어난다.  학교에 가는 .. 2024. 6. 29.
아메리카 로드트립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상위 순위에 놓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캠퍼로 개조한 밴을 타고 대륙 횡단하기를 꿈꾸어 왔다. 58세에 31년 주 공무원 생활을 접었을 때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런저런 여건이 되지 않아 직장을 옮겨 다시 9년 더 일을 했다. 그동안 나이도 들었고, 이제 몸도 많이 쇠약해졌다. 캠핑을 다녀오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은 호텔 방보다는 내 침대가 편하다.  젊어서는 나의 장애가 활동에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혼자 북가주로 출장을 다니며 호텔에서 사무실까지 한두 블록 정도는 거침없이 휠체어를 밀고 다녔고, 넓은 공항에서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팔에 힘이 빠지.. 2024.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