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1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책을 돌려보는 교우가 있다. 아마도 그가 먼저 시작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내가 ‘수도원 일기’라는 책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그가 이 글을 보고 책 이야기를 시작했고, 먼저 내게 책을 빌려 주었지 싶다. 그는 소설보다는 종교서적, 에세이, 인문학 책을 좋아하고 나는 에세이나 소설을 좋아한다. 서로 접점을 찾아, 그는 내게 종교색이 너무 짙지 않은 책을 빌려 주고, 나는 그에게 에세이 위주로 빌려 준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이다. 공지영이 쓴 ‘수도원 기행’ 1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톨릭 신자가 되고 난 다음의 일이다. 그녀의 소설을 한, 두권 정도 읽었을까.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편견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녀의 정치적인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그녀가 쓴 ‘.. 2026. 1. 16. 산타가 되어보세요 블랙프라이데이는 큰 연례행사였다. 목요일에 신문을 사서 세일 품목을 검토하고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 필요하면 가족이 분산하는 쇼핑계획까지 세우곤 했다.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매장을 찾으면 이미 긴 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쇼핑 덕에 굳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은 내가 포장을 하고 우체국까지 가는 번거로움 없이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요하면 카드도 동봉할 수 있다. 지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에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수시로 세일을 한다.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해 주는 행사의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쇼핑을 그만두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거의 매주 쇼핑을 한다. 선물 때문이다. 내게는 모두 더하면.. 2025. 12. 12.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보’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기력이 나날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아내는 그가 아들과 방문을 해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혼자 집에 남은 그는 아내가 쓰던 스카프를 병 속에 넣어두고 그리울 때면 꺼내어 그녀의 향기를 맡는다. 이제 그 병의 뚜껑을 여는 일도 쉽지 않다. 매일 요양보호사들에 집으로 와 그의 식사를 챙기고 목욕을 시켜준다. 요양보호사들은 그에게 기저귀를 권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며 자주 실례를 한다. 오랜 친구 ‘투레’와 반려견 ‘식스텐’이 유일한 기쁨이다. 다른 도시에 살며 역시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투레와는 자주 전화를 한다. 아들 ‘한스’가 있지만 좋은 관.. 2025. 11. 7. 다저스 왕조의 시작 2025년 월드시리즈는 다저스의 2연패로 끝이 났다. 다저스는 어제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인 LA 다운타운에서 덮개 없는 버스를 타고 카 퍼레이드를 펼쳤고, 다저스구장에서 축하파티를 벌렸다. 야구팬들은 이번 월드시리즈가 근래 가장 재미있는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도 같다. 특히 18회까지 갔던 3차전과, 6,7차전은 월드시리즈 하이라이트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들이었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 이번 시리즈의 승자는 다저스였지만 토론토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리즈일 것이다. 7차전까지의 게임 내용이나 통계를 보아도 토론토가 앞섰다. 하지만 승부는 전력이나 통계로 결정되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토론토는 한치가 모자랐고, 다저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투혼.. 2025. 11. 5. 가족 소식지 소식지(뉴스레터) 2호를 만들어 이-메일로 보냈다. 뜬금없이 무슨 소식지? 지난 3-4달 나의 근황을 정리해 가족들에게 소식지라는 표제로 보내기 시작했다. 고향이 함경도인 돌아가신 아버지는 해방 후 단신 월남하여 형제라고는 자매 하나뿐인 어머니와 결혼하여 가족이라는 작은 나무를 심었다. 그 사이에서 5남매가 태어났고, 한세대를 거치며 나무는 제법 커졌다. 그중 내게서 나온 가지가 가장 크다. 4남매에 입양한 조카들까지 자녀만 6명, 손주들까지 더 하면 20명이 넘는다. 가족 모임을 해도 형제자매가 모두 다 모이기는 쉽지 않다. 떨어져 사는 가족 중에는 몇 년째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가족보다는 교우나 가까이 사는 이웃과 교류가 잦은 것이 현실이다.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부모님 생신, 아버지/어머니.. 2025. 11. 4. 신 신부님 주일아침, 13년 만에 신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했다. 신부님과의 인연은 1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아세례를 받았던 아내는 성인이 된 후 오랫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5년쯤 지난 무렵, 외로운 타국생활에 조금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거래하는 한국은행의 여직원이 몇 번인가 우리에게 성당에 나오라고 권했다.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벼르다가, 어느 주일에 아내와 함께 성정하상 성당을 찾았다. 그 성당의 주임신부가 신 신부님이었다. 미사 시작 전, 우리가 새로운 방문자라는 것을 알아본 신부님이 미사 끝나고 잠시 보고 가라고 했다. 눈을 맞추고 다정한 말을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건네는 신부님이 단박에 좋아져 성당에 나가게 되었고, 세례를 받아.. 2025. 10. 15. 이전 1 2 3 4 5 ··· 10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