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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신부님 주일아침, 13년 만에 신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했다. 신부님과의 인연은 1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아세례를 받았던 아내는 성인이 된 후 오랫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5년쯤 지난 무렵, 외로운 타국생활에 조금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거래하는 한국은행의 여직원이 몇 번인가 우리에게 성당에 나오라고 권했다.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벼르다가, 어느 주일에 아내와 함께 성정하상 성당을 찾았다. 그 성당의 주임신부가 신 신부님이었다. 미사 시작 전, 우리가 새로운 방문자라는 것을 알아본 신부님이 미사 끝나고 잠시 보고 가라고 했다. 눈을 맞추고 다정한 말을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건네는 신부님이 단박에 좋아져 성당에 나가게 되었고, 세례를 받아.. 2025. 10. 15.
텃밭 가꾸기 시니어 센터에서 고추와 토마토 씨앗, 모종을 낼 수 있는 흙과 용기 등을 나누어 주었다. 집에서 채소를 키우면 자칫 운동이 부족할 수 있는 노인들이 몸을 쓰게 되고 영양가 높은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며 텃밭 가꾸기를 권했다. 여느 때 같으면 집에 와서 아내에게 던져 주었을 텐데 마침 아내가 한국여행 중이었다. 아내는 십수 년째 뒷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마당 한쪽, 잔디 반, 잡초 반, 풀을 걷어내고 땅을 일구어 봄이면 이런저런 씨앗과 모종을 심는다. 상추를 심고, 고추,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등을 번갈아 가며 심는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묘하다. 어느 해에는 호박이 잘 되어 이웃에 나누어 주고도 남아 썰어서 말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오이가 잘되기도 한다. LA까지 나가 사온 토마토 모.. 2025. 10. 4.
빛 혹은 그림자 이 책은 17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마이클 코널리’ 등이 참여했다. 초대받는 작가는 18명이었는데, 그중 ‘케이프코드의 아침’ 이란 그림을 받은 작가가 작품을 쓰지 못했고, 편집자는 이 그림을 작품집의 표지에 넣었다. 에드워드 호퍼는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하다가 1920년대 중반부터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많이 그려 도시민의 삶에서 나타나는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했다. 작품 속 공간은 크고 텅 빈 느낌을 주며, 자연광과 인공조명의 대조를 통해 황량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희.. 2025. 9. 5.
아내의 외출 아내가 11년 만에 한국에 갔다. 초등학교 3, 5학년 조카 녀석 둘을 데려와 키우며 한국방문은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준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그때 한국에 가자고 서로를 위로하고 달래며 10년을 살았다. 준이가 대학 1년을 마치고 방학을 맞았던 작년 여름, 아내가 한국에 가자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의 한국 방문은 득(pro)보다는 실(con)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가까운 일가친척도 없고, 반겨줄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10 수년 전에 몇 차례 한국에 나갔던 것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그런 일도 없다. 한국에 나가면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숙소를 얻는 일부터 차량편까지 걸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내도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다. 휠체어를 차에 올리고 내리고, 나.. 2025. 8. 29.
휴학 유화 클래스를 취소하려고 LAVC 어카운트에 들어가 보니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봄학기가 끝나고 바로 가을학기 등록을 하려고 하니 아직 일러 등록이 되지 않아 바구니에 담아 놓고는 그 후 등록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니 따로 취소를 할 필요도 없다. 학교를 한 학기 쉬기로 했다. 내일을 알 수 없고, 내 마음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수채화부터 시작된 일이다. 수채화 I을 끝내고 다음 레벨인 II를 들으려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들었던 것이 아크릴 I이다. II를 듣고 그다음 III을 듣자니 아직 내 실력이 모자라는 듯싶어 유화 I을 들었다. 지난 6월, 봄학기가 끝날 때만 해도 가을에는 당연히 유화 II를 들으려 했고 수강신청을 시도하다 바구니에 담아 .. 2025. 8. 24.
텃세 요즘 소일거리가 하나 더 생겨 외출이 잦아졌다. 두 군데 시니어 센터에 가서 마작을 한다. 집에서 가까운 윌킨슨 센터에서 마작을 배웠는데, 셔먼옥스에 더 큰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곳에도 간다. 마작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텃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나 텃세가 있다. 여러 가구가 모여사는 주택단지나 아파트는 물론, 학교, 직장, 교회, 하물며 동우회나 친목단체에도 텃세는 있다. 왈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자리값을 챙기는 것이다. 이사를 가면 이웃에 떡을 돌리고, 단체에 새로 들어가면 선배들(?)에게 술이나 밥을 사거나 선물을 돌리는 일 등이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시니어 센터의 마작교실에도 텃세는 있다. 윌킨슨 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 2025.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