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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전위 예술가, 작가, 그리고 초예술 토마손과 (일본에 진출한 미국 야구 선수 게리 토머슨을 보고 만든 용어. 기능적인 역할이 없지만 예술적으로 보이는 건축물의 구조를 칭한다.) 노상관찰학의 제창자였다. 90년대 발표한 글들을 모은 것이니, 25년이나 지났다. 이 책을 썼던 무렵, 그의 나이는 60대 초반. 요즘은 60대를 노인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60대가 되면 노인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인력은 노인들이 나이가 들며 겪게 되는 일들을 노쇠현상이 아닌 노인에게 생기는 능력으로 본다는 의미다. 디지털 문화가 젊은이들의 것이라면, 아날로그 적인 것은 노인력에 속한다. 책으로 들어가서,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4년 정도 지났을 무렵, 중학생 .. 2025. 8. 17.
책이 주는 즐거움 누군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책’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독서’다. 내게 책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며, 독서는 시간여행이다.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힘든 세월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작은 만화였다. 어려서 나는 한동안 외가에서 살았다. 무료해하는 나에게 할머니가 길 건너 만화가게 주인과 계약(?)을 맺어 5원에 4-5권 만화를 매일 빌려다 주었다. 주말에는 아버지에게서 용돈을 받은 동생이 만화를 한 뭉치 들고 왔다. 아직 글 읽는 것이 서툴었던 동생은 곁에서 눈으로 만화책 속 그림을 보고, 글은 내가 읽어 주었다. 어느 해 생일에 아버지가 나와 동생에게 책을 선물해 주었다... 2025. 8. 10.
시니어 센터 6월 중순, 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서머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듣는 미술 클래스는 없다. 긴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그동안 벼르고 있던 마작을 배워 보기로 했다. 2년 전 일을 접고 난 후, 집 근처 시니어 센터의 메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았더니 매달 뉴스레터가 온다. 시니어 센터에서는 이런저런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데 마침 마작도 있다. 마작 모임이 있는 수요일, 처음으로 시니어 센터를 찾았다. 12시에는 초보자들에게 마작의 기본 룰을 알려주고, 1-3시 사이에는 마작을 한다. 12시에는 나를 포함 신참 3명이 그룹의 리더 격인 ‘메리’에게서 설명을 들었다. 1시가 되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홀로 자리를 옮기니 20명가량이 모였다. 같이 설명을 들었던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2025. 7. 23.
김혜성 올스타 게임 끝나고 첫 경기, 야구장에 다녀왔다. 자리는 평소에 가는 로지 레벨 위, 리저브 레벨이다. 76 주유소에서 개스를 넣고 받은 쿠폰 코드로 산, '하나 사면 하나 공짜' 티켓이다. 조금 높기는 하지만, 전광판 화면은 잘 보여 좋다. 이날을 마침 70년대 다저스에서 3루를 보며 스티브 가비 (1루), 데이비 로페즈 (2루), 빌 러셀 (유격수)과 올스타 내야진을 꾸몄던 ‘론 세이’가 다저스 ‘전설’로 선정되는 날이었다. 과거 팀을 이루었던, 이제는 다들 노인이 된 동료들과 가족이 나와 그를 축하해 주었고, 구단에서는 관중들에게 론 세이 바블헤드를 나누어 주었다. 부상에서 돌아와 첫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 주었던 '글래스나우'가 등판하는 날이라 좋은 경기라 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2025. 7. 20.
아메리칸 마작 (I) 내 기억 속 마작은 즐거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마작을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놀던 마작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다소 큰돈이 오가는 도박이었다. 아버지가 돈을 딴 다음날 우리 형제들은 모두 용돈을 받았다. 하지만 돈을 잃은 다음날은 안방에서 고성이 오가고 급기야는 마작패가 아궁이로 향했다. 아버지는 다시는 마작을 하지 않겠다고 마작패를 아궁이에 던져 넣기는 하면서도 막상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자리를 뜨면 어머니는 냉큼 아궁이에 가서 마작패를 챙겨 왔다. 얼마 후 마작 친구들이 찾아오면 아버지는 넌지시 어머니에게 혹시 마작패를 챙겨 놓았는가 물었고, 우리들의 즐거움과 두려움은 다시 반복되었다. 아버지가 미국에 와서도 마작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저런 이유 .. 2025. 7. 9.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내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다. 그의 이야기에는 늘 평범한 소시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을 통해 그 안에 들어있는 삶의 치부와 상처를 드러낸다. 그들의 삶에는 보고도 외면하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진실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어둡고 불편하다. 카버는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정직하고 무심한 태도로 삶을 응시한다. 그리고 이를 더없이 간결한 언어로 그려낸다.‘셰프의 집’ - 관계가 악화되어 헤어졌던 부부는 헐값에 새로 세든 집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이제 그 집을 비워줘야 한다. ‘열’ - 아내가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나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고, 주인공은 배신의 상처와 육아 문제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별것 아닌 것.. 2025.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