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세무 공무원 윈터 씨는 꽉 막히고 편견 덩어리며 너무 깐깐해서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또한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딸조차 그를 피한다. 이웃과도 교류가 없으며, 도통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화장품 회사 에이본의 뷰티 컨설턴트인 아내 소피아는 그와는 정반대로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그가 소피아가 원하는 샴페인 대신 주유소 편의점에서 탄산 와인을 사들고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샴페인을 사러 나갔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윈터 씨의 일상은 180도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아내가 없는 세상,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그는 욕조 물에 헤어드라이어를 빠트려 감전사로 세상을 마감할 결심을 하고 욕조에 물을 받는다. 마침 그때 아내의 고객이며 판사인 릴리가 온다. 주문한 화장품을 기다리다 찾아온 것이다. 릴리는 그의 자살의도를 파악하고 그를 설득해 함께 아내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는 아내가 고객에게서 받아 놓은 주문서의 화장품을 전달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다음날에는 바스티와 데니스, 동성애 커플이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화장품 배달을 시작한 그는 아내가 올해의 베스트 뷰티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 했던 것을 기억해 낸다. 아내의 계정으로 계속 화장품을 판매해 그 꿈을 이루어주기로 결심한다. 릴리의 도움을 받아 화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화장품 파티를 통해 고객을 늘려 나간다.
혼자 아들 요나스를 키우는 딸 미리암과는 계속 어색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의 화장품 샘플 케이스에 관심을 보이던 손자 요나스에게서 여자가 되고 싶다는 고백을 듣는다.
그의 화장품 매출이 계속 늘어나자 아내의 경쟁자였던 샹통은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그를 곤경에 빠트리지만 본사 상담원 로즈마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한편 그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릴리의 질투심 많은 남편은 윈터 씨와 아내의 관계를 의심한다. 릴리를 찾아갔던 그는 그녀의 남편과 맞닥트렸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진다. 병원에 있는 동안 딸 미리암과의 관계는 차츰 좋아진다.
연말 에이본 갈라쇼에 참석한 윈터 씨는 그곳에서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상담원 로즈마리를 만난다. 소피아는 베스트 뷰티 컨설턴트 경연에서 4등을 차지한다. 하지만 윈터 씨는 이미 우승을 차지한 것과 다름없다. 그는 딸과 미리암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게 되었고, 릴리는 남편과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청산했으며, 할머니가 되었다는 로즈마리는 그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 윈터 씨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편견으로 가득하고 깐깐하며 늘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그로 인해 잃은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차갑기만 하던 윈터 씨가 녹아내리며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이가 어렸다면 성장소설이라고 했겠지만, 중년에게 성장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철들어가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윈터 씨의 해빙기’는 50여 편의 시나리오를 쓴 저자 ‘슈테판 쿨만’의 데뷔작 소설이다. 마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흡입력이 있고, 감동과 재미가 있다. 대사나 상황전개 곳곳에 유머가 등장한다. 동성애 부부 이웃, 여자가 되고 싶다는 나이 어린 손자 등, 동성애와 트렌젠더를 등장시킨 저자 슈테판의 의도가 궁금하다.
작가가 원문을 그렇게 썼는지 아니면 직역에 충실한 번역 탓인지, 문장이 짧게 끊어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내용을 파악하는데 지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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