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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by 동쪽구름 2024. 8. 29.

빌 브라이슨은 내가 믿고 읽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해박한 지식과 유머로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렵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다. 여기서 ‘Thunderbolt Kid’는 저자 빌 브라이슨을 지칭하는 말이다.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유소년 시절을 보낸 50-6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먹었던 불량식품이 포함된 주전부리들, 장난감, TV 프로그램 등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되었다. 비록 나는 한국에 살았지만, 60년대 한국 TV에서는 미국 드라마들을 더빙해서 방송했기 때문에 그 시절 미국인들의 삶을 엿보며 살았다. 

 

개척민들이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곤경에 처하면 성조기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달려와 구해주던 기병대가 등장하는 서부활극, 매주 독일군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물리치고 나가던 ‘빅 머로우’가 등장하는 전쟁 드라마 ‘컴뱃,’ 미국 중산층의 삶을 보여주던 ‘도나 리드 쇼’가 있었다. 

 

커피를 숭늉처럼 마시는 미국에서도 아이들에게는 커피를 주지 않았는데, 우리는 해태 커피 캐러멜은 먹으며 자랐다. 어디 그뿐인가 어른들은 어디에서나 담배를 피웠고, 담배 연기를 아이들 머리카락 안에 뿜어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게 하는 장난을 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가 20살이 되자 심심할 때 피우라며 담배를 권하셨다. 그러면서 한국 담배는 독하니 연한 양담배를 피우라고 주셨다. 양담배가 비싸고 귀할 때다. 우리는 그때 벽제에 살았는데, 근처에 미군부대가 있어 양키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내게 없는 것이 갖고 싶은 법이다. 나는 동생에게 값싼 한국 담배를 사 오게 해서 피우다가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아이들은 10대가 되면 여자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치마 속을 보고 싶어 한다. 12살의 빌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오와 주박람회에는 스트리퍼의 천막이 있었다. 하지만 천막에는 13살 이상만 들어갈 수 있었다. 천막에 들어갔던 친구의 형인 13살의 ‘조’는 환희에 젖어 나왔다. 1년을 기다리지만, 그다음 해에는 입장 연령이 14살로 바뀌어 못 들어간다. 그리고 또 1년을 더 기다려 14살 생일을 지내고 고대하며 찾은 박람회장의 스트리퍼 천막, 새로운 팻말이 서 있었다. “미성년 입장금지! 16세 이상, 신분증을 제출해 주십시오.”

 

다음 주, 친구 ‘제드’와 다시 박람회장을 찾은 빌은 제드가 $10 뇌물을 주며 얻은 티켓 덕에 마침내 천막에 입장한다. 빌은 그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했다. 훗날 죽어서 천국에 가면 그곳과 비슷할 거라고 지금도 굳게 믿는다고 썼다. (빌 브라이슨식 유머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덕에 일찍부터 여자의 벗은 몸을 볼 수 있고, 초등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되기 전에 여자의 벗은 몸을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다. 달력에 등장하는 여배우들도 모두 원피스 수영복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 시절 내 또래 들은 주간지를 통해 성에 눈을 떴다. 주간지에는 비키니 사진도 실렸고, 19금 연애소설도 실려 우리들의 몸을 달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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