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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원더풀 라이프

by 동쪽구름 2025. 1. 22.

책에는 “무력의 왕,” “한낮의 달,” “불초의 자식,” “가면의 사랑,” 4개의 이야기가 세 번에 걸쳐 전개되며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엔딩 크레디트”으로 끝이 난다. 
 
무력의 왕 – 지진으로 중상을 입어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아내를 돌보는 남자의 이야기다. 
 
한낮의 달 –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아내를 설득하여 일 년 동안 노력하지만 결국 아이는 생기지 않는다. 남편 가즈시는 아이는 포기하고 아내와 오손도손 살아갈 집을 직접 설계하고 지으려 한다. 설계한 집에 아이 방이 없는 것을 보고 아내는 입양을 할 테니 아이 방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불초의 자식 – 유부남 직장상사인 요지와 불륜을 맺던 이와코. 요지의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며 두 사람 사이는 멀어지는데, 그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그즈음 알게 된 구니에다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그와 결혼한다. 
 
가면의 사랑 –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도시하루는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GANCO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도 그에게 호감을 보이며 사진을 보내오자, 그는 간병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낸다. 그녀에게서 함께 영화를 보자는 초대가 오자, 그는 간병인에게 자신의 역을 해달고 부탁하며 함께 나간다. 영화관에 다녀온 후 그는 그녀와의 모든 연락을 끊어 버린다. 한편 그녀의 미모에 반한 간병인은 계속 그녀와 연락을 하지만, 이-메일도 언행도 그와 같지 않는 모습에 결국 그녀에게 들키고 만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도시하루를 찾아내는 그녀.
 
엔딩 크레디트에 가면 이 네 가지 이야기가 서로 연결이 된다. 일본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장애인의 문제를 추리소설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작가 마루야마 마사키는 장애를 주제로 여러 편의 책을 썼다고 한다. 
 
책리뷰를 쓰며 장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뭣하긴 하지만, 장애인 문제는 이걸 문제로 보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한국의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을 남들이 돌보아 주어야 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각에서 시작된다. 이는 장애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며, 장애인과 생활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장애인 곁에서 살아 본 사람은 그들도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겨날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입을 수 있고,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그들을 위한 복지체계는 보험과 같은 것이다. 지금 투자해서 잘 만들어 놓으면 훗날 내가 장애를 입었을 때, 나의 자녀나 후손 중에 장애인이 생겨날 때,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장애인 친구와 어울려 놀고, 함께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면 장애인도 얼마든지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한국에서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만, 미국에 와서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얻어 40여 년 세금 내며 생산적인 삶을 살았다. 연애도 해 보았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장애인에게는 “월더풀 라이프”라면 이건 좀 씁쓸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