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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아메리카 로드트립

by 동쪽구름 2024. 6. 25.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상위 순위에 놓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캠퍼로 개조한 밴을 타고 대륙 횡단하기를 꿈꾸어 왔다. 58세에 31년 주 공무원 생활을 접었을 때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런저런 여건이 되지 않아 직장을 옮겨 다시 9년 더 일을 했다. 그동안 나이도 들었고, 이제 몸도 많이 쇠약해졌다. 캠핑을 다녀오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은 호텔 방보다는 내 침대가 편하다. 

 

젊어서는 나의 장애가 활동에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혼자 북가주로 출장을 다니며 호텔에서 사무실까지 한두 블록 정도는 거침없이 휠체어를 밀고 다녔고, 넓은 공항에서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팔에 힘이 빠지니 활동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낯선 환경은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요즘은 조금 먼 거리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한다. 전동휠체어는 편리함은 있지만 수송에 제약이 있다. 일반 승용차에는 실을 수 없고, 택시도 리프트가 달린 것을 별도로 불러야 한다. 아직 꿈은 버리지 않았지만, 과연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가 마음대로 여행을 할 수 없다 보니 남의 여행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가장 처음 접한 여행기는 ‘김찬삼의 세계여행’이었다. 컬러 사진이 잔뜩 들어있던 그 책을 보며 문 밖에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KBS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PBS에서 방영했던 휴얼 하우저의 ‘California’s Gold’나 릭 스티브스의 ‘유럽여행’ 등은 내가 즐겨보던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여행 칼럼니스트 ‘나성종’ 씨가 쓴 ‘아메리카 로드트립’을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은 미주 중앙일보가 발행하여 정기 구독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비매품이다. 과거에는 신문사에서 생활정보가 담긴 책을 만들면 구독자들에게 신문과 함께 배달을 해 주었는데, 이 책은 신문사에 와서 받아 가라고 했다. 

 

아내가 LA 코리아 타운의 갤러리아 마켓에서 맛있는 옥수수를 판다며 사고 싶다고 하기에 핑계 삼아 따라 나가 신문사에 들러 책을 받아 왔다. 

 

저자는 밴을 개조한 캠퍼를 타고 아내와 함께 미국 대륙을 횡단하고,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다녀온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간략하게 지도를 포함 정보를 적어 놓았다. 숙소는 주로 캠프장을 이용하고, 식료품은 현지에서 조달해 아침저녁은 해 먹고 다녔다. 2-3일에 한 번 정도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했다. 밴을 캠퍼로 개조해 캠프장에서도 텐트를 칠 필요 없이 차에서 자고, 차 안에는 냉장고 등이 있어 음식을 해 먹기가 용의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내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캐나다 여행 부분에서는 내가 느꼈던 캐나다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져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년 전 회사 일로 버몬트주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가게 되었는데, 직항이 없었다. 그래서 캐나다로 가서 차를 빌려 내려갔다 돌아오는 바람에 잠시 캐나다를 거치게 되었는데, 그때 받은 느낌은 캐나다는 좀 거칠고, 황량하다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경험도 비슷하다. 중간중간 비포장 도로를 지나고, 편의시설 등이 미국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책에 실린 사진이 좀 작긴 하지만, 그가 쓴 내용과 함께 읽으면 로드트립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 볼 수 있다. 섹션별로 정리되어 있어, 일부구간만 여행을   있도록 꾸며져 있다.  보관하고 있다가 언젠가  떠날  길잡이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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