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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97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 바야흐로 온라인 쇼핑의 시대가 열렸다. 40년째 살아온 밸리지역의 상가를 지나다 보면 문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나만해도 대부분의 쇼핑을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생필품은 물론 기호 식품이나 음료수까지 우편 주문을 한다. 다음날 배송은 물론, 어떤 것은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 한증막보다 더 뜨거운 차를 타고 상가를 찾는 대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음악을 듣고 책을 보다가 필요한 물건을 받는 즐거움을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게에서 산 물건이 마음에 안 들거나 하자가 있어 반품을 하려면 다시 가게에 가서 긴 줄을 서야 한다. 어떤 가게는 반품을 안 해 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매장은 묻지도 따지도 않고 .. 2024. 8. 14.
너라도 끝가지 걸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은 소설과 에세이다. 소설은 픽션이고, 에세이는 논픽션이지만, 둘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없다.  성당에 나간 지 10여 년이나 되었지만 종교서적이나 교리책은 몇 권 읽지 않았다. 아직 신앙이 부족하고 신학적인 지식이 적은 탓이리라. 나의 잘못된 생각인지 모르지만, 종교서적이라는 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종교나 교리라는 것이 있지만, 신의 모습이나 그의 뜻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결국 자신이 믿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정답보다는 그랬을 것이라는, 그럴 것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애매한 답보다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 2024. 8. 13.
수도원 일기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 중고 책방을 알게 되어 여러 해 동안 한국 책을 주문해서 보아왔다. 펜데믹 이전에는 $50 이상 주문을 하면 6-8주가 걸리는 배편은 무료 배송이었고,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는 배편은 중단이 되고 DHL 항공편으로만 주문이 가능해졌다. 15-20%가량의 배송비를 지불하지만, 대신 책을  3-4일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금년 봄부터는 다시 배편 무료 배송이 시작되어 몇 차례 책을 주문했는데, 얼마 전 책을 주문하려고 하니 한국 주소를 입력하라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값도 달러가 아닌 원화로만 나오고, 해외 주문 옵션은 사라졌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오랜 세월 내 차를 정비해 주던 ‘밥’이 죽었고, 카이저의 주.. 2024. 7. 25.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가 언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는가는 익히 알려진 일이다. 1978년 4월, 어느 쾌청한 날 오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의 센트럴리그 개막전 때의 일이다. 1회 말 미국인 선수 힐턴이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2루타를 친 순간, 그는 뜬금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했고, 시합이 끝나자 전차를 타고 신주쿠의 서점에 가서 원고지와 만년필을 샀다. 그리고 그는 밤늦게 가게 일을 끝내고 주방 식탁에 앉아 소설을 썼다. 거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그 후 그가 어떻게 소설가로 성장을 했으며, 왜 오랜 시간 일본을 떠나 작품 활동을 했고, 미국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2024.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