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188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소설들의 공통점은 술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특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설이란 결국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WHO 가 2011년 발표한 국가별 알코올 섭취 순위를 보면 한국은 성인 한 명당 14.8리터로 188개 회원국 중 13위였다. 한국에서는 와인이나 맥주보다는 알코올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류수 (소주)를 선호하며 증류수의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2017년 소주 판매량은 총 36억 병으로, 국민 1인당 70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이곳 미국에서도 코로나 이전 한인타운의 국밥이나 족발집에서 점심시간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테이블이나 빈 국.. 2020. 12. 17.
작가와 연인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고 연인과도 헤어진 주인공 ‘케이시’는 오빠의 친구가 소유한 차고 방에 세를 들어 산다. 한때 골프 소녀로 각광받던 그녀는 이제 학비 융자금과 빚에 쪼들리는 신세가 되었다.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이어가며 6년째 쓰고 있는 소설을 끝내려 한다. 책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작가들의 세계, 식당과 종업원들의 삶,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두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쿡과 웨이트리스들 사이의 관계, 바쁜 때 테이블을 서브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사실적이다. 작가들의 모임에서 ‘사일러스’를 만난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그에게서 성적인 끌림을 받지만 쉽게 사랑에 빠.. 2020. 12. 13.
공무원과 자살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게 되면 책을 열어 볼 수 없기 때문에 가끔 전에 읽은 책을 사게 된다. 장강명의 장편소설 ‘표백’을 그렇게 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책을 펼치니 언젠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기억은 나는데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았다.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내가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인 한국의 공무원 시험과 자살이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었다. 서울의 A 대학에 재학 중인 주인공은 어느 날 술자리에서 평소 친하지 않은 휘영, 병권, 미모의 세연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어울리며 세상은 이미 '완성된 세계'이며, 청년들은 수능을 잘 보거나 토익 점수를 잘 받아 출세하는 것 외에는 딱히 이룰 것이 없다는 허무를 자각하게 된다. 그 후, 세연을 통해 .. 2020. 12. 8.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의 책 ‘아가씨와 밤’을 시립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빌려 보았다. 놀랍게도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영어판 뮈소의 책이다. 아마존에 찾아보아도 뮈소의 책은 대부분 프랑스어 판이나 스페인어 번역판 뿐이다. 영어로 번역된 책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번역판 외국 책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읽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다. 이러니 미국 사람들은 식견이 좁아지고,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가는 모양이다. 영어로 번역된 책이라 그런지 문장이 한국어 판 ‘구해줘’와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언어의 장벽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얼마 전 한국 작가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의 영어판 ‘The Disaster Tourist’를 읽었는데, 솔직히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 2020.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