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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88

그림 달력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 작가 ‘David Heska Wanbli Weiden’의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 ‘Winter Counts’를 읽었다. ‘Winter Counts’는 인디언 부족이 역사적인 사건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달력을 말한다.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 나선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후, 백인들이 몰려오며 인디언들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총을 가진 백인들에게 저항하다 아예 없어진 부족들도 있다. 백인들은 그들의 땅을 빼앗고, 황무지 일부를 그들에게 주며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칭했다. 보호구역 안의 삶은 지루하고 단조로우며 젊은이들에게 이렇다 할 기회도 없다. 과거 인디언 보호구역의 주 수입원은 전통복장을 하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거나 기념품을 파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카지노가 대세다. .. 2021. 1. 20.
이민 이야기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직장에서는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의 지옥철은 더더욱 참지 못한 나머지 회사를 그만두고, 말리는 가족과 남자 친구 등을 모두 뒤로하고 호주 떠난 20대 후반의 여성 ‘계나’의 이야기다. 호주에서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어학원을 수료하고, 대학원에 입학해 안정을 찾아가던 중, 그녀는 한국에 두고 온 남자 친구 ‘지명’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는다. 한국으로 돌아와 두 달 동안의 방학을 그와 함께 지내지만,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호주행 비행기를 탄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삶이 싫어서 떠난 길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작가 장강명은 호주에서 공부를 하고 영주권을 딴 사람을 인터뷰하고, 호주 유학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등을 .. 2021. 1. 18.
욕망을 이야기하다 소설의 제목 ‘러스터’(Luster)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도자기 등의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윤기나 광택을 뜻한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 ‘에디’의 시각에 비추인 세상을 뜻한다. 또 다른 의미는 섹스, 관심, 관계, 돈 등을 욕망하는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소설의 주인공 에디는 23세의 흑인 여성이다. 그녀는 온라인에서 중년의 백인 남성 ‘에릭’을 만난다. 그는 13년 결혼생활을 해온 아내와 최근에 열린 관계를 갖기로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며칠 후, 그는 아내가 주었다는 그가 지켜야 할 규칙을 보여 준다. 낯선 여자와 첫 데이트에서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여자를 집에 데리고 오지 말 것. 아내의 전화는 꼭 받을 것. 여자는 주말에만 만날 것. 만난 지 52일 만에 그들은 섹.. 2021. 1. 16.
레몬 2002년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로 들떠있던 때, 열아홉 살 소녀 ‘해언’이 공원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살해 용의자는 해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신정준’과 ‘한만우’다. 정준은 해언이 죽던 날 타고 있던 차량의 운전자고, 만우는 그들을 목격한 인물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할 만한 내용이지만 이야기는 살해범이나 동기를 밝히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해언의 두 살 터울 여동생인 ‘다언’이 언니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해언의 삶은 때 이른 죽음으로써 종결됐지만, 남은 이들은 그 이후에도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거나, ‘치유’를 찾는 것을 따라간다. 표지가 보여 주듯이 책 제목 ‘레몬’은 죽은 해언이 입고 .. 202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