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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은 남자 ‘목요일 살인 클럽’의 두 번째 이야기 ‘두 번 죽은 남자’를 읽었다. 같은 인물들이 나오는 시리즈물의 장점이라면 등장인물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를 읽어가며 그들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영국 정보국 (MI5) 출신 엘리자베스는 과거에 그녀가 죽은 것으로 처리했던 ‘마커스 카마이클’이란 남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약속 장소에 간 그녀는 아직도 정보국에서 현역으로 있는 전남편 ‘더글라스’와 젊고 경험이 적은 요원 ‘파피’를 만난다. 마을에 나갔던 이브라힘은 불량배의 공격을 받아 전화기를 빼앗기고 병원에 입원한다. 경찰인 크리스와 다나는 그 지역 마약 딜러인 ‘카니 존슨’ 밑에서 일을 하는 ‘라이언 베어드’가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2023. 10. 3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 서른네 살의 회사원인 나는 우연히 전철에서 몇 달 전 이혼한 전처를 만나 안국동, 가회동, 재동 길을 함께 걷다가 작별인사도 없이 어정쩡하게 헤어진다. 며칠 후, 나는 지도를 사서 그날 걸었던 길을 되짚어보며 그녀와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내 삶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뿌넝숴(不能說) - 중국인 관상가가 한국인 소설가를 만나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노인은 역사는 책이나 기념비에 기록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몸에 기록되는 것이라 말한다. 거짓된 마음의 역사 - 사설탐정 스티븐슨은 ‘조지 워싱턴 브룩스’ 씨에게 19세기말 조선에 간호사로 온 약혼녀 ‘엘리자베스 닷지’를 찾.. 2023. 10. 27.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 뿐이다. 나만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 2023. 10. 21.
서울 음식 아내는 음식 솜씨가 좋다. 뭐든지 한두 번 먹어 보면 거의 비슷하게 만든다. 서양식 고기 요리며, 파스타, 제빵/제과에 떡 등도 모두 뚝딱 만들어 낸다. 다만 그녀가 만드는 고향 (안동) 맛의 반찬은 내 입맛과는 다소 다르다. 국에는 건더기가 많고 밑반찬의 간이 좀 세다. 나는 국은 국물 위주로, 반찬의 간은 싱거운 것이 좋다. 나의 외가는 양반은 아니지만 양반처럼 살고 싶어 하던 토박이 서울 중인 집안이다.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보낸 나의 입맛은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음식에 길들여졌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 갈비 우거지 된장국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연 해방 전후 서울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가를 찾아보았는데, 이렇다 할 자료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내가 어려서 외가에서 먹었던 것들이 그 시절 .. 2023. 10. 18.
수채화 I (2) 금, 토, 월, 그리고 화요일, 일주일에 4번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거의 매일 유튜브로 남들이 수채화 그리는 것을 본다. 어찌나 쉽게 들 그리는지. 쓱쓱 싹싹하면 어느새 멋진 작품이 등장한다. 어떤 유튜버는 수채화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테크닉만 익히면 쉬워진다고 했지만, 내게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겨우 2달 수업을 듣긴 했지만 조금씩 각자의 개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화풍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글씨체 같은 것이다. 각자 사용하는 물감의 색이나 색상이 다르고 붓질도 다르다. 수업은 학생들이 들고 온 지난주 과제물을 벽에 걸린 코르크보드에 올려놓고 하나씩 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다른 이가 그린 작품의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2023. 10. 13.
그림 공부 40년 만에 대학(LAVC) 캠퍼스로 돌아갔다. 팬데믹 동안에는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가을 학기부터는 거의 모든 미술 클래스가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 내가 듣는 과목은 ‘수채화 I’이다. 첫날 수업에 들어가니, 작년에 온-라인 수업을 가르쳤던 교수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학생들의 연령대는 20대 초반에서 60대 중반. 대충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서, (2) 교양과목 학점이 필요해서, (3)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수업을 듣는 이들은 대개 나이가 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처럼 정식으로 등록을 해서 과제물도 제출하고 시험도 보아 학점을 이수하려는 사람과 그냥 수업에 들어와 성적의 스트레스 없이 그림만 배우려는 사람으로 나뉜다. 늦은 .. 2023.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