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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주인공인 대학생 ‘나’는 1991년 ‘5월 투쟁’이 끝난 후 방북하는 학생 예비대표가 되어 베를린으로 간다. 내가 베를린에 도착하고 얼마 후 학생운동 지도부가 붕괴되고 교체되며 나는 잊혀지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방북을 하게 될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독일에 남아야 하는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는 노트를 사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죽은 동료의 이름을 쓰며 제3세계 망명자들의 후원자가 된 ‘헬무트 베르크,’ 일용직 노동자에서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다시 태어난 ‘이길용,’ 모범적인 고등학생이었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폭행을 경험하고 자살을 하게 되는 나의 애인 ‘정민’의 삼촌 등이 등장한다. 무주 산골에 살면서도 세상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정민.. 2023. 8. 9.
사랑은 너무 복잡해 제인(메릴 스트립)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10년 동안 사업을 하며 세 자녀를 키워낸다. 젊은 여자와 재혼한 전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와는 그동안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갔다던 그녀는 전 남편과 술을 마시고 그의 유혹에 섹스를 하게 된다. 남녀관계란 한 번 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다음은 수월하다. 제이크는 “다시 사랑에 빠진 것 같다"며 그녀를 추근대기 시작하고, 머리로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세월 함께 살을 섞고 살았던 '익숙함'에 그녀도 빠져든다. 때마침 그녀는 자신의 집을 증축하는 설계를 맡은 건축가 애덤(스티브 마틴)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혼남인 애덤도 그녀를 좋아한다. 적대적이었.. 2023. 8. 5.
아내의 생일 내 기억 속 환갑은 큰 잔치였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보았던 환갑잔치가 매우 큰 잔치였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경기도 진관리에 살았다. 아들이 없던 외할아버지의 환갑잔치를 큰 딸인 어머니의 집에서 하게 되었다. 이틀 전부터 어머니의 사촌들과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고기를 삶고, 채소를 볶아 음식을 장만했다. 잔칫날 아침에는 한과며 과일, 미리 준비한 음식들을 접시에 쌓아 올려 상을 차리고, 병풍 앞에 상을 받고 앉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일가친척들이 서열 순서대로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절을 하는 옆에서는 기생 출신이라는 중년의 여인네가 구성진 창을 했다. 하루 종일 손님들이 오갔으며, 손님이 올 때마다 음식을 담은 작은 소반이 나왔다. 어떤 이는 밥을 먹었고, 다른 이는 술과 안주만 .. 2023. 7. 31.
무지개 원리 7월 초, 아내가 3박 4일 꾸르실료 교육 피정을 다녀오며 책 선물을 한 보따리 받아 왔다. 본당의 꾸르실료 선배들이 준 선물이다. 그중 한 권이 차동엽 신부가 쓴 ‘무지개 원리’다. 신부님이 쓴 책이긴 하지만 종교서적이라기보다는 자기 계발서다. 저자는 일곱 가지 무지개 원리로 어떻게 우리가 삶을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만들며 더 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30만 명의 미군이 전사했는데, 같은 기간 100만 명의 미국인이 심장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불안과 공포란 부정적인 생각이 그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2. 지혜의 씨앗을 뿌리자 지혜는 독서와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지혜는 두려움을 없애주고 난관.. 2023. 7. 26.
황인종의 얼굴 '레베카 쾅'의 신작 소설 '황인종의 얼굴'(Yellow Face)을 읽었다. ‘준 헤이워드’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자랐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작가의 재능이 있다고 믿지 않았으며 언니는 다른 전공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예일 대학에 진학하여 문학을 전공했다. 신입생 시절 만난 중국인 친구가 ‘어티나 리우’다. 준이 파티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하고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유일한 친구다. 얼마 후 어티나가 그녀의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단편 소설을 써 문학지에 실은 것을 보고 준은 매우 놀랐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마치고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모두 '워싱터 디 씨'에 살고 있다. 데뷔 소설을 발표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준에게 작가로 성공하여 명성과 돈을 모두 얻은.. 2023. 7. 25.
새 친구 ‘샤키라’ 바닥에 앉아 생활을 하던 온돌방 시절, 다들 매일 방청소를 하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치우고 방을 쓸고 닦은 후 그 자리에서 아침밥을 먹었고, 저녁이면 다시 바닥을 물걸레로 닦은 후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에 와서 침대 생활을 하니 청소를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나무나 타일로 바닥을 바꾼 집들이 많아졌지만, 80년대에는 대부분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말에 한번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며 지냈다. 9년 전,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용돈을 주고 바닥 청소를 그놈들에게 시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번갈아 가며 한 사람은 진공청소기를 다른 한 사람은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했다. 이제 가을이면 작은놈이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게 된다. 청소부가 그만두기 전에 대체 인력.. 2023.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