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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황인종의 얼굴

by 동쪽구름 2023. 7. 25.

'레베카 쾅'의 신작 소설 '황인종의 얼굴'(Yellow Face)을 읽었다. 

 

‘준 헤이워드’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자랐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작가의 재능이 있다고 믿지 않았으며 언니는 다른 전공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예일 대학에 진학하여 문학을 전공했다. 

 

신입생 시절 만난 중국인 친구가 ‘어티나 리우’다. 준이 파티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하고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유일한 친구다. 얼마 후 어티나가 그녀의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단편 소설을 써 문학지에 실은 것을 보고 준은 매우 놀랐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마치고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모두 '워싱터 디 씨'에 살고 있다. 데뷔 소설을 발표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준에게 작가로 성공하여 명성과 돈을 모두 얻은 어티나는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다. 

 

어티나의 작품이 넷플릭스에 팔린 것을 기념하여 바에서 만나 축하 파티를 끝낸 두 사람은 어티나의 아파트로 가고, 그곳에서 어티나는 음식이 목에 걸려 갑작스레 질식사를 하게 된다. 어티나의 아파트를 나서기 전, 준은 그녀가 써 놓은 소설 원고를 들고 나온다. 

 

준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동원된 중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티나의 원고를 고치고 수정하여 출판사로 보내게 되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그녀에게 돈과 명성을 가져 다 준다. 백인여성인 그녀가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해서 친구였던 어티나의 작품을 도용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떠 돌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한다. 이런 부정적인 소문이 나자 도리어 책은 더 많이 팔리고 그녀는 보너스도 받는다. 

 

출판사는 어서 다음 작품을 출판해서 소문을 잠재우자고 그녀를 종용하고 소재를 찾지 못한 그녀는 어티나의 어머니에게서 받아 온 작품 노트에서 새로운 작품의 소재를 찾아낸다. 새 책이 나오고 얼마 후, 그녀가 어티나의 작품을 도용했다는 인터넷 기사가 작품 노트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라온다. 증거까지 나오자 그녀는 더욱 곤란해진다. 

 

죽은 어티나의 인스타그램에 준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그녀는 주변에서 어티나를 보게 된다. 혹시 어티나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라면 그녀가 본 것은 어티나의 유령?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던 책은 중간을 지나며 매우 흥미로워진다. 긴박감도 있고 반전도 있다. 그럼에도 다 읽고 나면 이야기 이곳저곳에 구멍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어티나의 어머니는 딸의 작품 노트를 열어보지도 않고 준에게 주었으며 그녀가 딸의 작품을 도용했다는 소문을 외면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미국의 출판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베스트셀러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후속작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베스트셀러는 다분히 출판사의 기획과 마케팅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과연 작품이나 소재 도용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작년 가을 내 생일에 누이동생이 준 머그잔이다. “나는 작가입니다. 당신이 하는 어떤 말이나 행동은 모두 내 이야기에 쓰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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