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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믿는 인간에 대하여

by 동쪽구름 2023. 7. 13.

작가 ‘한동일’의 책, ‘믿는 인간에 대하여’에는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어느 식사 자리에서 이종구 교수가 다음에는 ‘인간의 믿음’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을 생각하다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라틴어 수업’을 읽으며 받았던 감동과 충격이 너무 컸던지, 이 책은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한동일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잘 설명하며, 나는 그의 종교관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편이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어떤 모태 신앙을 가지 신자의 배우자는 “코로나는 인간이 만든 것이지 신이 만든 것이 아니야”라고 하고, 교회에 다니는 다른 이는 “이 시험의 끝은 영생이다. 고통이 없는 세계”라고 말했다고 한다. (50 페이지) 

 

나는 가끔 테러나 재난 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역경이 왜 어떤 이에게는 가고 다른 이에게는 가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신의 뜻인가? 신의 뜻이라면 그 목적은 무엇인가?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던 나는 내 장애를 부모 또는 조상의 탓으로 돌리는 노인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에게 고난과 역경은 신의 뜻을 거슬러 받는 벌과 같은 것이었다. 

 

아픔이 없고 고통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은 각자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아파하고 신음하고, 때로는 자신의 실패와 마주함으로 성장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식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안락한 삶을 사는 것만 강요할 뿐,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다시 일어설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64-65 페이지) 

 

한동일 교수는 어린 나이부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식별하고,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단념하고 미련을 두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특별히 철학적이거나 다른 깊은 뜻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고, 부모의 삶을 통해 체득하게 된 자세였다. (76 페이지) 

 

나는 이에 크게 공감한다. 나 역시 어린 나이에 세상에는 누구의 힘으로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 있으며,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내는 것임을 알았다. 이 또한 삶의 체험이었다. 

 

그는 구마예식에 대하여 설명하며 “참으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곧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 여러 가지 생각들이다. 이런 악한 것들은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마르코 복음, 7장 20-23절) 

 

마귀에 대한 식별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사회악에 대한 식별이라고 말한다. (188-187 페이지)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240 페이지) 

 

인간의 고통은 사회가 만들어 온 구조적인 문제가 그 원인일 수 있다. 공감한다. 신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신을 옹졸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242 페이지) 

 

이 책을 읽으며 신은 누구이며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해 보았다. 답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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