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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by 동쪽구름 2023. 10. 27.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 서른네 살의 회사원인  나는 우연히 전철에서 몇 달 전 이혼한 전처를 만나 안국동, 가회동, 재동 길을 함께 걷다가 작별인사도 없이 어정쩡하게 헤어진다. 며칠 후, 나는 지도를 사서 그날 걸었던 길을  되짚어보며 그녀와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내 삶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뿌넝숴(不能說) - 중국인 관상가가 한국인 소설가를 만나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노인은 역사는 책이나 기념비에 기록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몸에 기록되는 것이라 말한다. 

 

거짓된 마음의 역사 - 사설탐정 스티븐슨은 ‘조지 워싱턴 브룩스’ 씨에게 19세기말 조선에 간호사로  약혼녀 ‘엘리자베스 닷지’를 찾아 무사히 데려다주는 임무를 띠고 한반도까지 와 그녀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가 쓴 편지 형식으로 쓰인 이야기다. 

 

남원고사(南原古詞)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 춘향전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사건도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시절 관기들은 한 달에 두 번 기생 점고에 출석을 하게 되어 있었다. 아직 이도령과 혼례를 치르지 않아 염연히 기녀의 신분이었던 춘향이 이를 거부하자 변사또는 규율을 지키지 않은 그녀를 벌주기 위해 수청을 명한다.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 6.25 전후, 좌우이데올로기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역 혐의를 받아 사형당하게 되는 여인의  사연을 철저한 독백체로 담아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고 본다. 과연 무엇이 친일이고 좌익인가. 우리가 그 시절을 살았다면, 우리는 친일이나 부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살아남기 위한 변절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작가 ‘김연수’는 이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을 쓰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작품에서 역사적 사실들이 나오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책 제목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유령작가’의 사전적 의미는 대필작가라고 한다. 김연수는 그 시절 책들을 읽으며 쓸 수 없어 소설이 되지 못했던 이야기를 찾아 대필을 했다는 의미 같다. 

 

각 소설은 시대와 화자에 따라 옛말투로 쓰인 것도 있고, 중국 한시와 일본 시가 등이 등장하여 그의 외국어 실력을 보여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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