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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죽음 다시없었으면 ‘드루킹’ 일당에게서 5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조사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퍼하고 있다. 어쩌면 이 사건은 이제 그의 죽음으로 인해 흐지부지 종결이 지어질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노회찬 의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며 정의당도 잘 모른다. 그러니 그가 “우리 시대의 예수”라는 김용옥 교수의 말에 동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반박할 자격도 없다. 다만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누군가 목숨을 끓는 일은 이제 그만 없어져야 할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게 된다. 최근만 해도 ‘미투’ 사건이 터졌을 때,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불거졌을 때, 사람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다음 세상이 있고 없고를 떠나 죽음이란 이 생의 끝을 .. 2020. 7. 10.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햄버거 요즘은 먹거리가 다양해졌지만 70년대 초 가벼운 주머니의 우리들이 사 먹을 수 있었던 메뉴는 짜장면과 짬뽕 정도였다. 여럿이 중국집에 가면 일행 중 누군가 “짜장면 먹을 사람,” 또는 “짬뽕 먹을 사람” 하고 손을 들게 해 주문을 했다. 메뉴판 따위는 볼 필요도 없었다. 이때 누군가 눈치 없이 물만두나 볶음밥을 먹겠다고 했다가는 심한 눈총을 받았다. 본인의 기호에 맞게 “내 짬뽕에는 양파를 넣지 마세요” 또는 “짜장에서 돼지비계는 빼 주세요” 등의 주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똑 같이 나온 짜장면에 맛을 더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춧가루나 식초를 넣어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끔 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게 된다. 7-8명이 가면 그중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은 한, 두 명 정도다.. 2020. 7. 10.
상자 속의 초콜릿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은 여느 때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다. 서둘러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낯선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따로 포장을 한 것도 아니고 누가 보냈다는 쪽지 따위도 붙어있지 않았다. 직원들 중에는 휴가를 다녀오며 작은 기념품을 사 와 나누어주는 이들이 더러 있다. 궁금한 마음으로 열어보니 라스 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이 새겨진 문진이었다. 그날 나는 반나절이나 걸려 내게 선물을 사다준 사람을 찾아냈다. 6층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언니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다던 말이 생각이 났다. 감사의 인사를 이메일로 보냈더니 오후에 답이 왔다. 그제야 겨우 궁금증이 풀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선물은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께 받았던 일기장과 볼펜이었다. 상당히 고급 일기장이었던 것으로 .. 2020. 7. 9.
택시 드라이버 ‘택시 드라이버’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1976년 만든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범죄 영화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후, 불면증에 시달리며 뉴욕 맨해튼의 뒷골목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트래비스’ (로버트 드 니로)가 방황하며 겪는 이야기다.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청년의 모습을 한 로보트 드 니로,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조디 포스터를 볼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 친구도 없이 뉴욕에 혼자 살고 있는 트래비스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을 견디기 위해 택시 운전을 하게 된다. 일주일 내내 일을 하고 싸구려 포르노 극장에 들러 시간을 때우는 일상을 보낸다. 우연히 거리에서 본 베시(시빌 셰퍼드 분)에게 반한 그는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녀를 찾아가 데이트 신청을 한다. 첫 데이트.. 2020. 7. 8.
추억 만들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고 했다. 사람이 죽으며 가지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 죽으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호랑이도 죽으면 맨손으로 가고, 사람도 죽으면 맨손으로 간다. 호랑이야 살아서도 집 한 칸 없이 산에서 풀 베개 하며 살았으니 가지고 갈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은 온갖 명예와 재물을 쌓아놓고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다니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물질은 세상의 것이니 세상을 떠날 때 다 두고 가야 하지만, 딱 한 가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건 우리가 세상을 살며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추억이다. 이것만은 죽음조차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 막내아들이 얼마 전 아빠가 되었다. 풋내기 엄마와 아빠는 아마도 자주 그 아이.. 2020. 7. 8.
도루묵과 젤로 어려서 우리 집에서는 생선을 많이 먹었다. 부친이 생선을 좋아해 명태, 가자미, 꽁치, 고등어, 병어, 등 온갖 생선이 상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값싼 도루묵을 많이 먹었다. 도루묵은 조림이나 국으로도 끓여 먹을 수 있지만, 살짝 말려 연탄불 위에 석쇠를 놓고 구워 먹는 구이가 최고로 맛있다. 산란기의 도루묵은 살 반에 알이 반이라 할 정도로 알이 많다. 씹어먹으면 고소한 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얼마 전에 TV를 보니 요즘 한국에서는 도루묵 구이가 별미로 알려져 식도락가들이 연탄구이 전문집을 찾아다닐 정도라고 한다. 이 맛을 기억하는 동생이 언젠가 도루묵을 사다 주어 끓여 먹었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던 맛 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아마도 냉동을 했던 탓이 아니었나 싶다. 도루묵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다음.. 202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