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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성당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있었던 일이다. 식사를 마친 후,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임의 화제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20대에는 ‘사랑이 어떻고,’ ‘인생이 어떻다’는 화두를 들고 살다가, 30 대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가를 화제로 삼았고, 40 대에는 사춘기 자녀 문제로 고심했고, 이제는 은퇴와 건강을 이야기한다. 그날의 화제는 은퇴와 노후대책 이야기였다. 50 대 중반의 Y는 지금 가지고 있는 생명보험이 60세가 되면 끝이 나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그때 다시 생명보험을 들어야 할까 보다고 했다. 난 그에게 아이들도 다 컸는데 무엇 때문에 60에 새로 생명보험을 들려하느냐며 만류했다. .. 2020. 7. 6.
또 다른 국제시장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누이동생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가니 이미 돌아가신 후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부모를 잃는 일에 준비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 곁에서 아내와 함께 망자를 위한 위령기도와 묵주기도를 드리며 동생들을 기다렸다. 아버지를 위해 드리는 기도인데 막상 위안을 받은 것은 나다. 늦은 밤이건만 병원의 스태프들과 장의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예를 갖추어 돌아가신 분을 모신다. 문득 또 한편의 “국제시장” 이 막을 내린다는 생각이 든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이가 마을 밖 철길을 바라보며 도시를 동경하다 어린 나이에 만주로 건너간다. 우여곡절 끝에 남방의 어느 섬에서 해방을 맞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고향에서 그를 반기.. 2020. 7. 5.
꿀떡보다 맛있는 술떡 우리와 함께 사는 조카딸 아이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어쩐 일인지 떡갈비를 다 안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아내 말이 늦게 간식을 먹었다고 한다. 무얼 먹었냐고 물으니, 기지떡을 사 왔다고 한다. 기지떡이면 내가 좋아하는 술떡이 아닌가. 먹던 밥을 물리고 떡을 달라고 해서 게 눈 감추듯이 두 개를 먹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어본 기지떡이다. 식성이 까다로웠던 외할머니는 술떡이라고 부르던 기지떡은 소화가 잘 된다며 좋아하셨다. 막걸리를 넣어 만든 탓에 시큼한 냄새와 맛이 나며 발효가 되었기 때문에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나있는 떡이다. 50년 가까이 된 일이다. 그 무렵 재래시장에는 제대로 된 포장 용기도 없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고, 콩나물이나 두부는.. 2020. 7. 4.
키스파를 아세요? 아이스크림이 잘 팔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얼음과자는 나무젓가락을 꽂아 만든 팥 ‘아스께끼’ 다. 아마도 일본을 통해 들어온 탓에 아스께끼가 되었을 것이다. 요즘 한인마켙에서 파는 ‘비비빅’과 같은 맛이지만 이보다 훨씬 작았다. 미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은 팝시클 정도의 크기였을 것이다. 크림 맛이 나는 아이스바는 삼강에서 나온 무슨 ‘하드’ 였던 것 같다. 과일향과 우유맛이 나는 노란색 아이스바였다. 그후, 장발과 청바지, 그리고 통기타로 상징되던 우리들의 젊음에 어울리는 CM 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감각이 떨어지지 않는 클래식 같은 노래들이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로 시작하는 오란씨, ‘12시에 .. 2020. 7. 4.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내 나이 60이 넘었다.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한두 번은 경험해 본 일이거나, 직접 경험은 없더라고 주변에서 보아왔던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여자의 마음이다. 며칠 전에도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일로 아내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요약본을 찾아 읽어 보았다. 여자는 관계지향적이라 상대방의 단점을 어떻게든 고쳐서 살아보자 한다. 그래서 아내들은 늘 남편을 고쳐 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여자는 문제가 있어도 상대방이 해결책이나 조언보다는 자신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여자도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 2020. 7. 3.
첫사랑을 당신은 잊었나요 얼마 전 40/50대 부부들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있었던 일이다. 이런 모임이 늘 그러하듯이 그날도 남자들은 한쪽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커피와 후식을 준비하고 오며 가며 이야기를 거들고 있었다. 한 남편이 말하기를 요즘 들어 부쩍 첫사랑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그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단짝이었는데, 늘 손을 잡고 함께 다녔다고 한다. 이제는 아마도 손자 한두 명쯤은 두었을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꼭 한번 보고 싶단다. 그러자, 다른 이도 첫사랑이 있었다며 자기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 역시 첫사랑의 대상은 초등학교 짝꿍이다.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린 초등학교 친구들을 들먹이는 걸 보니 진짜 마음에 숨겨둔 첫사랑은 따로 있는데 아내들 앞에서 꺼내기가 머쓱하니 옛동무들 .. 2020.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