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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처럼 살기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사람들은 공을 보내고 싶은 곳을 바라만 보고 쳐도 공이 그쪽으로 가고, 보통 잘 치는 사람들은 치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공이 간다고 한다. 그러나 서툰 아마추어들이 치면 공은 걱정했던 대로 가서 물에 빠지기도 하고 컵을 비켜가게도 된다고 한다. 그럴듯한 이야기다. 한 가지 일을 10-20년쯤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를 제법 전문가로 인정해 준다. 청년의 나이에 시작하여 머리가 반백이 될 무렵까지 한 가지 일에 매달린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쯤 되면 그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하며 매사에 여유를 갖게 되고 곁에서 보는 이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내 나이 이제 60이 넘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사는 일에 매달려 지내온 셈이다... 2020. 7. 16.
성추행의 시작은 성희롱이다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Me Too)의 바람이 한국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의 연예계에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올 때, 나는 점심을 함께 먹는 직장동료들과 이러다가 누군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국 ‘조민기’라는 배우가 죽음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큰 안전사고나 뇌물 사건 등이 터지면 누군가 죽음으로 끝을 내곤 한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잘못된 정서가 아닌가 싶다. 사람이 죽기로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며 어떤 고통인들 참지 못하겠는가. 비겁하고 나약한 짓이다. 잘못을 저질렀.. 2020. 7. 14.
실천하는 사랑 죽은 몸으로도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그들의 장기를 기증하여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간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신장을 떼어내어 기증하는 일은 죽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직장 동료 중에는 수년 전 투석을 하던 아버지에게 신장을 떼어 준 이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고 다시 일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가족이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고 해도 맞지가 않아 이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서 신장을 기증받고, 그에게 신장을 떼어 주려던 가족은 대신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주고, 이를 받은 이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 누군가가 또 신장을 기증하는 사다리식 장기 기증.. 2020. 7. 14.
잘 살고 계십니까? 흔히들 돈이 많은 사람을 보고는 “잘 산다” 고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보고는 “못 산다” 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잘 살고 못 산다는 것은 사람답게 산다는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쌓아둔 부의 양을 일컫는 말이다. 이상적인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모두 자신의 능력껏 생산을 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집단일 것이다. 능력과 형편에 따라 많은 양을 생산하고도 적게 소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생산은 적게 했지만 형편상 그 이상을 소비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상에 이렇게 살고 있는 집단은 극히 드물다. 사람들은 쓰고 남은 것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남겨두고 싶어 한다. 남보다 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기술과 문명이 진.. 2020. 7. 13.
난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는다 무더운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밖에 나가보면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금년 여름에도 변함없이 난 긴바지를 입고 지낸다. 내 옷장에는 아예 반바지가 없다. 내 나이 열두, 세 살 때쯤의 일이 아닌가 싶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여름이 되면 짧은 바지를 입고 지냈다. 아버지의 심기가 안 좋았었는지 아니면 평소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던 생각이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날도 나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형제들은 모두 학교에 가고 아마도 집에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꾸짖는 투로 왜 아이에게 반바지를 입혀 보기 흉한 다리를 내놓고 있느냐며 긴바지를 입히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날 바로 긴바지로 갈아있었는.. 2020. 7. 12.
안동 고등어와 문어 아내와 결혼을 하고 처음 처갓집으로 인사를 가던 날, 내가 받은 상에 오른 것은 씨암탉이 아니라 안동 고등어와 문어였다. 고등어가 바다에서 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바다 구경도 못하는 내륙지방 안동에서 고등어가 ‘지역 명품’ 이 된 것은 누가 봐도 아리송한 일이다. 하지만 바다가 없기 때문에 맛 좋은 ‘안동 간고등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한말 장사치들이 안동과 가장 가까운 바다인 영덕 강구항에서 안동 장터까지 고등어를 등에 지고 200 리의 길을 걸어서 운반하는데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유난히 비린내가 많이 나고 쉽게 부패하는 생선인 간고등어를 가지고 오는 방법은 쉽지 않았던 것. 그래서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염장을 했던 것이다. .. 2020.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