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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프로처럼 살기

by 동쪽구름 2020. 7. 16.

골프를 아주  치는 사람들은 공을 보내고 싶은 곳을 바라만 보고 쳐도 공이 그쪽으로 가고, 보통  치는 사람들은 치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공이 간다고 한다. 그러나 서툰 아마추어들이 치면 공은 걱정했던 대로 가서 물에 빠지기도 하고 컵을 비켜가게도 된다고 한다. 그럴듯한 이야기다.

 

한 가지 일을 10-20년쯤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를 제법 전문가로 인정해 준다. 청년의 나이에 시작하여 머리가 반백이  무렵까지 한 가지 일에 매달린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쯤 되면 그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하며 매사에 여유를 갖게 되고 곁에서 보는 이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이 이제 60이 넘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사는 일에 매달려 지내온 셈이다. 한 가지 일을 50년 넘게 했으니 지금쯤은 사는 일에 이력이 생겨 장인은 못되더라도 힘들어하지는 말아야  때가 아닌가. 그러나  아직도 세상사는 일이 낯설고 서툴며 때로는 힘들게도 느껴진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세상사는 일을 마치 숨 쉬는 일인 양 너무 쉽고 안이하게 생각하며 지내온 것이다. 

 

사람들은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책도 보고 연습도 하며 여유가 되면 프로 출신 선생님의 지도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워서 잘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과연 나는 사람답게 사는 일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가. 

 

어른이 되는 일, 아빠가 되는  등이 그냥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익숙해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어디 등록을 해서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으며 하다못해 등 너머로 배워  적도 없다. 

 

세월 앞에서 자꾸 사그라드는 부모님은 어떻게 대해야 자식의 도리를  하는 것인지, 암투병 중인 친구나 갑작스레 직장을 잃게 된 동료는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들의 삶에서 학교는 무엇이고 직장은 무엇이란 말인가. 학업이나 직업은 우리가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방편에 불과한 일이 아니던가. 이런 일들에 매달려 정작 제대로 된 생을 사는 일을 소홀히 했으니 아직도 사는 일이 서툴고 힘겨운 것은 당연하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표정관리를 위해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한다.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녹음기에 담아 몇 번이나 들으며 음성과 어조를 조절하고 숨쉬기를 고른다. 나 역시  원고를 써놓고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고치기를 거듭했다. 

 

이제껏 나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거울을 보며 표정 짓기를 익히고 녹음기를 들으며 음성과 어조를 다듬고 미리 내용을 원고로 써서 검토하며 고치고 말해  적이 없다. 대충 떠오르는 생각들을 함부로 뱉어내고는 뜻을 새겨 들어주기를 기대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잘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다고 한다. 프로는 잘된 것만을 골라 남들 앞에 내놓고, 아마추어는 잘못된 것까지 몽땅 내놓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 내게 남은 날이 얼마나 될까. 지금부터라도 프로정신으로 살아보아야겠다. 한 10년쯤 지나고 나면 사람답게 사는 일에 익숙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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