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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이런 죽음 다시없었으면

by 동쪽구름 2020. 7. 10.

‘드루킹’ 일당에게서 5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조사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퍼하고 있다. 어쩌면 이 사건은 이제 그의 죽음으로 인해 흐지부지 종결이 지어질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노회찬 의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며 정의당도 잘 모른다. 그러니 그가 “우리 시대의 예수”라는 김용옥 교수의 말에 동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반박할 자격도 없다.

 

다만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누군가 목숨을 끓는 일은 이제 그만 없어져야 할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게 된다. 최근만 해도 ‘미투’ 사건이 터졌을 때,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불거졌을 때, 사람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다음 세상이 있고 없고를 떠나 죽음이란 이 생의 끝을 의미한다. 우리가 인연을 맺고 살았던 모든 것과의 이별이다. 목숨이란 것이 그토록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인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며 맞게 되는 운명 중 가장 확실한 한 가지는 결국은 모두 죽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애를 쓰고 피하려 해도 누구나 죽게 마련이다. 어차피 가게 되어 있는 길을 굳이 서둘러 가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언제부턴가 TV와 언론에서는 모방의 소지가 있는 행위를 보도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 결승전 시합 중에 운동장에 뛰어든 관중의 모습도 TV 중계는 보여주지 않았다. 순간의 영웅심에 누군가 이런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죽음은 마지막이다. 그러니 이를 애도하고 슬퍼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죽은 이를 미화하고 동정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이런 죽음의 악순환을 부추기는 일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성추행하고 법을 어겨 다수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의 죽음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잃은 소방대원이나 군인들의 죽음과는 다르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을 때, 죽음을 택함으로 그 일이 무마가 되고 남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피해를 면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믿고 따르던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을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다.

 

냉정하게 보면 이는 비겁한 짓이다. 그들을 믿고 따르고 지지했던 사람들을 배신하는 일이며 책임을 남은 이들에게 떠 넘기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으로 일이 벌어졌으면 이를 수습하고 해결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노 의원은 금전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으며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서 당당히 조사를 받고, 필요하면 벌도 받으며 책임 있는 정치인의 길을 갔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은 이제 좀 그만 생겨났으면 좋겠다. 

 

(2018년 7월에 미주 중앙일보에 실었던 글이다. 2년이 지난 오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에도 이런저런 일로 여러 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정치지도자고 사회지도층 인사라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는 보상하고 벌은 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목숨을 버려 이 일을 피하려 하니 남은 가족이나 측근은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는 의도의 죽음은 더 이상 미화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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