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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40

빵 굽는 타자기 ‘빵 굽는 타자기’에는 표제작인 작가 ‘폴 오스터’의 자전적 이야기 ‘빵 굽는 타자기’와 그가 고안해 낸 카드 게임 ‘액션 베이스볼,’ 그리고 세 편의 희곡이 들어 있다. 1947년, 뉴저지의 중산층 가족에게서 태어난 그는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후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으며, 1974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초기에는 주로 시와 번역을 통해 활동하다가 ‘스퀴즈 플레이’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다. 한때 유조선을 타기도 했지만, 그는 주로 언어나 문학과 관련된 일을 했다. 희귀본 중고책방에서 일하며 번역과 프리랜서로 작은 매체에 원고를 기고하며 살았다. 가끔 문인들을 위한 보조금을 받기도 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2023. 6. 7.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파리의 아파트’는 2017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출간된 책이다. 새 작품을 쓸 때마다 한 달씩 파리에 와서 유폐되는 생활을 하는 극작가 '가스파르'는 이번에도 출판대리인 '카렌'이 세를 낸 파리의 아파트를 찾아온다. 휴식을 취하며 피폐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파리에 온 전직형사 ‘메들린’도 그 아파트로 찾아든다. 임대회사가 실수로 한 아파트를 두 사람에게 빌려 준 것이다. 이 아파트는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살던 집으로 곳곳에 그의 자취와 흔적이 남아있다. 숀의 어머니는 가사도우미였으며 의사였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도 불구하고 그는 문제아로 자랐다. 청소년기가 끝날 무렵 그는 '불꽃 제조자들.. 2023. 6. 2.
그럴 때 있으시죠 누군가를 잘 모르면서 그 사람을 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김제동’을 싫어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 정도였다고 해두자.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 말장난이 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며, 그 후 연이은 정치적인 행보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쓴 에세이 집 ‘그럴 때 있으시죠’를 읽으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는 말만큼이나 글도 재미있게 잘 쓴다. 그리고 글에는 나름 그의 세상사는 요령과 철학이 들어있다. 위로 누이가 다섯, 연달아 딸만 5명을 낳고 또 아이를 낳게 되자 아버지는 막내를 낳는 날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귀한 아들을 두고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홀어머니는 6남매를 키우게 된다. 형편이 어려워 누이들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2023. 5. 28.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책을 둘러보던 중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담배를 깊이 빨고 있는 중년 여인의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다. 그녀의 표정에 숨겨진 이야기가 책에 들어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난 책이 시인 ‘최승자’의 에세이 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다. 여고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고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가끔 그녀는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경인선 기차를 타고 연안부두도 갔다. 방파제에 늘어선 노점상들은 조가비나 산호로 만든 기념품을 팔았다. 넘어가는 해의 마지막 붉은빛을 받으며 바닷물결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크고 작은 배들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그곳에서 그녀는 크게 실망한다. 방파제 위 노점상들은 온데간데없고 그곳에는 술 파.. 202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