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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40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하루키가 1981-1983년 사이 작은 잡지에 연재했던 18편의 단편을 엮은 작품집이다. ‘도서관 기담’을 제외하고는 모두 400자 원고지 8-14매 정도의 짧은 소설들이다. 훗날 ‘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장편 소설이 된 도서관 기담은 6회에 걸쳐 연재를 했다고 한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는 하루키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의 장편 ‘1Q84’의 시작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고 한다.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하라주쿠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난다. 그 여자는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정도다. 그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 2023. 8. 29.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BNRF에서 수사팀을 이끌던 ‘록산 몽크레스티앙’ 경감은 파리에서 벌어진 극렬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한직인 BANC로 전출되며, 센 강에서 발견된 이름 모를 여인에 대한 사건에 말려든다. 하천경찰대가 익사 직전의 한 여인을 구조한다.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알몸의 그녀는 손목에 시계와 팔찌를 차고 있고, 다리에는 담쟁이덩굴로 만든 왕관, 얼룩무늬 모피 문양 문신이 새겨져 있다. 기억을 잃은 상태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병원으로 이송하던 길에 여인은 몰래 도망친다. 그녀가 머물렀던 경찰청 병실에는 금빛 머리카락과 소변이 남아 있다. 여인의 머리카락과 소변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그녀는 독일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밀레나 베르그만’이다. 하지만 밀레나는 이미 1년 전에 .. 2023. 8. 24.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작품집인 ‘키친’에는 ‘키친,’ ‘만월,’ 그리고 ‘달빛 그림자,’ 세 작품이 들어 있다. 이 중 만월은 키친의 후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실은 두 개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에게 할머니가 생전에 단골로 가던 꽃가게의 청년 ‘유이치’가 다가와 자기 집에 와서 함께 살자고 한다. 미카케는 유이치가 어머니 ‘에리코’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에리코는 원래 유이치의 아버지였다. 아내를 잃고 난 후 여자가 되어 게이 바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미카게는 유이치네 부엌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며 차츰 할머니를 잃은 상실감에서 회복한다. 키친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만월은 에리코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정신 나간 남자가 그녀를 좇아다니다가 급기야 .. 2023. 8. 20.
공터에서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가장인 ‘마동수’ 그리고 그의 두 아들 ‘마장세’와 ‘마차세’까지 1920년대에서 1980년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를 떠돌았던 마동수의 파란만장한 삶, 해방 이후 혼란과 한국 전쟁, 군부 독재 시절과 월남전, 대통령의 죽음 등 그 시대의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작가 김훈의 아버지는 마동수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으며, 우리 아버지도 같은 세대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아버지도 만주를 떠 돌다 일본군대에 들어가 남방의 어느 섬에서 해방을 맞았으며, 국군 장교로 북진해 고향 땅을 밟았다가 중공군에 밀려 부모 형제를 버려둔 채 남쪽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마동수와 그의 아내 '이도순'처럼 요양원에서 쓸쓸히 홀로.. 2023.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