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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40

생의 길이 (The Measure) 어느 날 아침, 전 세계 22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당신 생의 길이가 이 안에 들어있습니다.”라는 글이 쓰인 상자가 배달된다. 어떤 사람은 상자를 열어 보고, 어떤 이들은 열어 보지 않는다. 상자 안에는 길이가 다른 줄이 하나씩 들어있다. 과학자들이 분석을 해본 결과, 줄의 길이가 곧 그 사람의 남은 생의 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니키 얼릭’의 소설 ‘생의 길이’ (The Measure)는 이 상자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성 커플인 ‘니나’와 ‘마우라’는 상자를 열지 않기로 하지만, 줄의 길이가 정확하다는 보건국의 발표를 들은 후, 상자를 열게 된다. 그리고 마우라의 줄이 니나 것의 절반 길이임을 발견한다. 건축 설계사인 ‘벤’은 자신의 짧은 생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기로 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2022. 9. 21.
밤의 여행자들 나는 작가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을 영어판 ‘The Disaster Tourist’로 먼저 읽었다. 영어 번역본은 읽기가 쉽지 않았으며, 읽어도 내용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책을 다 읽고도 브런치에 리뷰를 남기지 않았겠는가.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다시 읽으며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책은 흥미로웠고, 쉽게 읽혔다. 번역은 재창조라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본문에 충실한 직역이 좋을 것 같지만, 문화와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직역은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직역이 안 되는 표현도 있다. 작품을 해치지 않으며 다른 언어로 다시 쓰는 작업이 번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을 더러 읽었다. 한강의 책과 김영하의 소설들을 영어로 읽었다. 그들의 책에서는 .. 2022. 9. 13.
우리가 끝이야 (It Ends with Us)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릴리’는 빌딩의 옥상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다 ‘라일’이라는 수련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이성관을 가지고 있다. 라일이 찾는 것은 원나잇 스탠드이고, 릴리는 결혼 상대를 원한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것으로 그들의 만남은 끝이 난다. 6개월 후, 직장을 그만두고 꽃집을 개업한 릴리는 우연히 ‘알리사’라는 여성을 만난다. 컴퓨터 앱 개발자인 부자 남편을 둔 그녀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일을 하겠다고 하고, 릴리는 그녀를 고용한다. 두 사람을 곧 절친이 된다. 인기 TV 프로인 ‘엘런 쇼’의 팬이었던 15살의 릴리는 엘렌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일기를 썼으며, 책은 현재와 15살 릴리가 쓴 편지 사이를 오.. 2022. 9. 8.
밤이 선생이다 ‘밤이 선생이다’는 불문학자이며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선생의 첫 산문집이다.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들, 그리고 80-90년대에 썼던 글들을 함께 모아 엮은 책이다. 20-40년쯤 쓴 글들이다. 그래서 시기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다소 맞지 않는 글들도 있긴 하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감성 에세이가 아닌 작가의 의식과 주관을 강조하는 글들이다. 읽으며 무릎을 치며 동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의 글은 아무래도 고집스럽고 딱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것도, 생각도 많아지는 글들이다. 1부에서는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그 이후 시절과 그 무렵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2부에는 문학과 문화계의 이야기.. 2022.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