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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밤이 선생이다

by 동쪽구름 2022. 9. 2.

‘밤이 선생이다’는 불문학자이며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선생의 첫 산문집이다.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들, 그리고 80-90년대에 썼던 글들을 함께 모아 엮은 책이다. 20-40년쯤 쓴 글들이다. 그래서 시기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다소 맞지 않는 글들도 있긴 하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감성 에세이가 아닌 작가의 의식과 주관을 강조하는 글들이다. 읽으며 무릎을 치며 동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의 글은 아무래도 고집스럽고 딱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것도, 생각도 많아지는 글들이다. 

 

1부에서는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그 이후 시절과 그 무렵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2부에는 문학과 문화계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3부에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다. 

 

새벽잠을 깨우며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던 새마을 노래, 건전 가요, 군사독재와 한국의 교육 정책, 대학의 영어 강의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이 나온다, 

 

나는 궁극적으로 글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의 일상과 삶이 바뀌고, 그런 것이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황현산 선생도 비슷한 생각으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말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과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나 보다는 10년 연상이지만 50-60년대는 요즘과 달리 그다지 빠르게 변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며 시간 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받았다. 그래, 그 시절엔 정말 그랬지. 한국과 한국 사람들은 지난 50년 동안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 이 책에 실린 세상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외국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접해 본 적이 없는 세상이다. 내가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읽으며 느꼈던 경외감을 느낄 것이다. 

 

헌 책을 사다 보면 가끔은 책 속에서 메모지나 편지지를 발견하기 한다. 이 책에는 "불안은 슬픔보다 더 끔찍하다."는 글이 적힌 작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낯선 이가 내게 보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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