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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스푸트니크의 연인

by 동쪽구름 2022. 8. 29.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22살의 작가 지망생 ‘스미레’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나를 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학부모인 여성을 애인으로 두고 지내며 그녀에게 성적 욕망을 푼다.

 

어느 날 스미레는 17세 연상의 기혼 여성 ‘뮤’를 만나 그녀를 혼자 사랑하게 된다. 뮤는 그녀에게 취업을 제안하고 스미레는 뮤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유럽으로 출장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휴가를 간다.

 

그리고 나에게 걸려 오는 뮤의 전화. 스미레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뮤의 부탁을 받고 섬으로 간 나는 뮤를 만나자 그녀의 육체를 탐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에 사로 잡히지만 뮤는 누구 (남편조차)와도 더 이상 성욕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주일 뒤 나는 스미레를 찾지 못한 채 섬을 떠나고, 뮤에게서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다. 

 

스미레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지 여섯 달이 지난 어느 날 밤,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집어 들자, 스미레가 시원스럽게 사실적으로 말한다. “나야, 돌아왔어.” 

 

하루키의 소설은 다소 몽환적이다. 이 책도 그렇다. 그의 세계에는 늘 저쪽이 존재한다. 이쪽의 내가 저쪽의 나를 볼 수 있고, 이쪽의 나는 저쪽 나의 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나의 것이 된다. 

 

화자인 '내'가 스미레를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스미레는 저쪽에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며, 영원히 이쪽으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는 실제 벌어진 일일 수도 있지만, 꿈이나 상상, 무의식의 세계, 욕망 등일 것이다. 그의 소설이 나오는 주인공들에게서 나는 20대의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아니 지금 되돌아보니 그때 그렇게 살았더라면 싶은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다수의 그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도 뜬금없는 이야기와 믿도 끝도 없는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책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끝은 독자의 몫이다. 그리고 끝은 독자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루키의 책은 커피와 같고, 담배와 같으며, 술 같다. 기분에 따라 맛이 다르고,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 

 

‘스푸트니크’는 구 소련이 개를 실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다. 그 위성은 지구로 귀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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