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22살의 작가 지망생 ‘스미레’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나를 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학부모인 여성을 애인으로 두고 지내며 그녀에게 성적 욕망을 푼다.
어느 날 스미레는 17세 연상의 기혼 여성 ‘뮤’를 만나 그녀를 혼자 사랑하게 된다. 뮤는 그녀에게 취업을 제안하고 스미레는 뮤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유럽으로 출장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휴가를 간다.
그리고 나에게 걸려 오는 뮤의 전화. 스미레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뮤의 부탁을 받고 섬으로 간 나는 뮤를 만나자 그녀의 육체를 탐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에 사로 잡히지만 뮤는 누구 (남편조차)와도 더 이상 성욕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주일 뒤 나는 스미레를 찾지 못한 채 섬을 떠나고, 뮤에게서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다.
스미레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지 여섯 달이 지난 어느 날 밤,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집어 들자, 스미레가 시원스럽게 사실적으로 말한다. “나야, 돌아왔어.”
하루키의 소설은 다소 몽환적이다. 이 책도 그렇다. 그의 세계에는 늘 저쪽이 존재한다. 이쪽의 내가 저쪽의 나를 볼 수 있고, 이쪽의 나는 저쪽 나의 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나의 것이 된다.
화자인 '내'가 스미레를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스미레는 저쪽에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며, 영원히 이쪽으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는 실제 벌어진 일일 수도 있지만, 꿈이나 상상, 무의식의 세계, 욕망 등일 것이다. 그의 소설이 나오는 주인공들에게서 나는 20대의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아니 지금 되돌아보니 그때 그렇게 살았더라면 싶은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다수의 그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도 뜬금없는 이야기와 믿도 끝도 없는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책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끝은 독자의 몫이다. 그리고 끝은 독자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루키의 책은 커피와 같고, 담배와 같으며, 술 같다. 기분에 따라 맛이 다르고,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
‘스푸트니크’는 구 소련이 개를 실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다. 그 위성은 지구로 귀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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