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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생의 길이 (The Measure)

by 동쪽구름 2022. 9. 21.

어느 날 아침, 전 세계 22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당신 생의 길이가 이 안에 들어있습니다.”라는 글이 쓰인 상자가 배달된다. 어떤 사람은 상자를 열어 보고, 어떤 이들은 열어 보지 않는다. 상자 안에는 길이가 다른 줄이 하나씩 들어있다. 과학자들이 분석을 해본 결과, 줄의 길이가 곧 그 사람의 남은 생의 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니키 얼릭’의 소설 ‘생의 길이’ (The Measure)는 이 상자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성 커플인 ‘니나’와 ‘마우라’는 상자를 열지 않기로 하지만, 줄의 길이가 정확하다는 보건국의 발표를 들은 후, 상자를 열게 된다. 그리고 마우라의 줄이 니나 것의 절반 길이임을 발견한다.

 

건축 설계사인 ‘벤’은 자신의 짧은 생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기로 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라고 생각했던 ‘행크’는 그동안 자신이 살려낸 사람들이 결국은 긴 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니나의 여동생인 ‘에이미’는 자신의 상자를 열지 않기로 결심한다.

 

간교한 정치인이며 대통령 후보인 ‘엔소니’는 이 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로 한다. 자신의 줄은 길고 상대방 후보의 줄이 짧은 것을 알아내고는, 임기 중 죽음을 맞게 될 그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종용한다. 

 

그의 조카인 ‘잭’은 임관을 앞둔 사관생도다. 명문가의 아들인 그는 가족의 전통을 이어 군인의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런 야망을 갖고 있지 않다. 그의 절친인 ‘하비어’는 국가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하지만 그의 상자에서는 짧은 줄이 나온다. 정부는 줄이 짧은 사람에게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기보다는 오랫동안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긴 줄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 군인의 삶을 원치 않는 잭은 하비어와 줄을 바꾼다. 하비어는 헬기 조종사가 되고, 짧은 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잭은 사이버 보안 사무직으로 간다. 

 

줄로 인하여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생명 줄이 짧은 사람에게는 장기이식 등의 치료가 주어지지 않고, 긴 줄을 가진 사람들은 이를 믿고 약물을 남용하거나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 긴 줄은 장수를 의미하지만, 질병이나 장애 등은 피할 수 없다. 

 

사회 전반에서 전 세계적으로 짧은 줄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시작된다. 보험사들은 이들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은행은 돈을 빌려주지 않으며, 회사는 이들을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 비싼 비용을 들여 교육과 훈련을 시켜도 곧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벤과 마우라는 학교의 교실을 빌려 모이는 짧은 줄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게 된다. 벤은 자신의 심경을 담은 편지를 적어 교실에 남겨 두고 나오는데, 다음날 등교한 선생님 에이미가 그 편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답장을 써서 남겨둔다. 이렇게 해서 ‘A’와 ‘B’는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니나와 마우라가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며 니나는 에이미에게, 마우라는 벤에게 각각 부탁을 하고 떠난다. 그들의 아파트에서 마주친 두 사람,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짧은 줄을 가진 벤, 상자를 열기를 거부하는 에이미,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생명줄의 끝에 도달한 하비어는 적진에 낙하한 조종사와 비영리 단체 요원들을 구출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리고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운명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지는 아마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모두 죽게 된다는 점이다. 죽는 날을 모르며 살아가는 우리들. 과연 그날을 알고 사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작가 니키 얼릭은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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