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147 커피가 식기 전에 도쿄의 후미진 골목길 지하에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작은 찻집이 있다. 더운 여름에도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이 찻집에는 앉으면 과거나 미래의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하는 세 가지 규칙이 있는데, (1) 과거로 돌아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미래(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사고로 죽을 사람에게 그 일을 미리 알려 주어도 그 사람은 반드시 사고로 죽는다. (2) 의자에 앉으면 그 자리를 떠나서는 안된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그 사람이 카페로 나타나야 한다. (3) 시간 여행을 시작하며 찻잔에 따라놓은 커피는 차갑게 식기 전에 전부 다 마셔야 한다. 만약 식기 전에 다 마시지 못하면 현재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의자에는 늘 한 여인이 앉.. 2022. 8. 26. 더 서머 플레이스(The Summer Place) ‘사라’의 22살 의붓딸 ‘루비’가 3달 후 결혼을 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한다. 루비는 ‘케이프 카드’에 있는 사라의 어머니 ‘베로니카’의 집에서 결혼을 하기로 할머니의 허락까지 받아 놓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루비에게는 갓난 그녀를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가 남긴 상처가 있다. 베로니카에게는 남매가 있다. 그들의 출생에도 비밀은 있다. 그녀는 자매인 동생이 조카들에게 유전자 검사 키트를 선물로 보냈다는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식이 끝나고 아들과 딸에게 털어놓을 결심을 한다. 사라의 쌍둥이 남동생 ‘샘’은 아이가 있는 여인과 결혼을 했다가 그녀를 잃고 의붓아들과 둘이 남게 된다. 그리고 맞게 되는 성 정체성의 혼란. 사라의 남편 ‘일라.. 2022. 8. 22. 잡문집 한국 전쟁 전후로 태어난 내 또래라면 대부분 학창 시절 시작노트 한 권 정도는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가을이면 학교마다 문학의 밤 행사가 있었고, 문예지를 발행하는 학교도 많았다. 아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살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니 다시 글을 쓴다. 한국에도 글 쓰는 모임이 많이 있고, 이들을 상대로 등단의 기회를 주는 비주류 문예지도 많은 것으로 안다. 미주 한인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사는 남가주에도 이런저런 문학단체들이 많다. 매년 문예지를 발행하며, 신인상을 주어 문인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문인이란 딱지를 얻은 사람들은 팔리지도 않는 책을 자비로 출판해서 출판기념회를 한다. 한인신문에는 독자란이 있어 여기에 글을 발표할 수 있지만, 시를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은 극히 제한적이라.. 2022. 8. 6. 내일 이 시간 ‘엠마 스트라우브’의 새 책 ‘내일 이 시간’(This Time Tomorrow)을 읽었다. 독신여성 ‘엘리스 스턴’은 자신이 졸업한 사립학교의 교직원이다. 일찍이 부모가 이혼한 탓에 그녀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아버지 ‘레너드’는 단 한 편의 소설을 썼으나 그 한편이 유명해져 인세와 강연 등으로 여유로운 삶을 이어왔다. 어머니는 살아 있지만 가끔 전화만 하는 사이며, 그녀가 유일한 가족으로 여기는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다. 남자 친구와는 동거는 하지 않으며 각자의 아파트를 오가며 지낸다. 그녀의 40세 생일을 앞두고 남자 친구가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한다. 학교에서는 그녀의 상사가 은퇴를 발표하고, 기대와는 달리 그 자리는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고.. 2022. 8. 3.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