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140

능력자 나는 작가 ‘최민석’을 소설가보다는 이야기꾼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즐겨 듣는 EBS 윤고은의 북카페에 오랫동안 고정 패널로 매주 나왔었다. 그의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럴듯하게 가다가 획하고 돌아서 전혀 딴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대개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다.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는 ‘썰’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 ‘능력자’는 2012년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나름 기대를 하고 집어 들었다. 뒤로 가며 스토리에 집중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의 화법과 동일한 필체로 쓰인 책이다. 최민석 특유의 내용에 별 영향도 없는 사설이 엄청 길다. 소설의 초반부에 특히 심하다. 하지만 문단에서는 “신선함은 물론이고 .. 2022. 3. 18.
너무 한낮의 연애 제목만 보면 달달할 것 같고 다소 에로틱한 연애소설 같지만, 수록된 작품들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면 부끄럽고, 남이 알게 될까 봐 두려운 일들 말이다. 다시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 기억하고 싶지 않아 묻어 두었던 일들, 남들이 알면 어쩌나 싶지만 나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자행했던 일들이 연상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에는 그런 면들이 들어있다.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외톨이다. 나름 법과 질서를 지키고 원칙을 고수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거리가 생긴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 눈치를 보고 처신을 달리한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가던 길을 고집하다 손해를 .. 2022. 3. 15.
필름 속을 걷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에세이 집 ‘필름 속을 걷다’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영화 평론가의 책이니 만큼 영화를 소개하는 책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영화에 나온 도시와 거리를 찾아가는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2007년 출간된 책이라 등장하는 영화들도 2000년 전후에 나온, 이제는 20년쯤 된 영화들이다. 유럽이 많이 등장하고, 홍콩과 뉴질랜드, 그리고 시카고가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식당, 호텔, 상점 등은 그 유명세를 타고 관광 명소가 되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했던 세트장들이 관공 명소가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행객들은 이곳에 와서 기념품을 사고, 사진을 찍는다. 영화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였던 무대가 실제로는 세트장인 경우도 있고.. 2022. 3. 6.
메이드 (The Maid) 소설 ‘메이드’ (The Maid)는 캐나다 작가 ‘니타 프로스’의 데뷔 소설로, 리젠시 그랜드 호텔에서 부유한 투숙객이 숨진 채로 발견되자 객실을 청소하는 메이드 ‘몰리’가 살인 혐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몰리는 4년째 객실 청소를 하는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사회성이 떨어지며 눈치가 없다. 사람들의 바디 랭귀지를 잘 읽지 못하며 분위기 파악도 느리다. 그래서 늘 따돌림을 당한다. 함께 살던 할머니가 9달 전에 돌아가셔 이제 혼자 산다. 월요일, 호텔의 단골손님인 ‘블랙’ 부부의 침실을 청소하러 들어갔던 그녀는 남편인 ‘찰스’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그에게는 젊은 아내 ‘지젤’이 있다. 몰리는 시체 곁에서 뚜껑이 열린 지젤의 약병, 문이 열린 금고, 지젤의 .. 2022.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