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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스파링 파트너(Sparring Partners)

by 동쪽구름 2022. 6. 21.

‘귀향’ (Homecoming) - '포드 카운티'를 무대로 이미 그의 작품에 여러 차례 등장했던 인물들이 나온다. 변호사 ‘잭 브라이전스’에게 옛 동료인 ‘맥 스테포드’가 도움을 청해 온다. 맥은 수년 전 아내와는 이혼하고 파산선고를 한 후, 고객의 돈을 가지고 한밤중에 종적 없이 사라져 버렸던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혼 한 아내는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고, 그는 딸들 곁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옛 친구 잭과 ‘해리 렉스’의 도움을 받아 귀향을 시도하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보름달’(Strawberry Moon*) – 사형을 3시간 앞둔 ‘코디 월리스’가 주인공이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모든 항소는 기각되었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주지사도 그의 사면을 거부했다. 사형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식사도 냉동피자로 먹었을 만큼 담담하던 그가 사형 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 부탁을 한다. 

 

‘스파링 파트너’(Sparring Partners) – ‘멀로이’ 형제 ‘커크’와 ‘러스티’는 지금은 변호사직을 상실하고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아버지가 창업한 법률회사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파트너들이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형제는 사이가 좋지 않아 동업자임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할 때만 만나며 남처럼 지낸다. 

 

형제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형무소에 있는 아버지 ‘볼튼’은 부패한 주지사에게 돈을 주어 사면을 받으려 시도하고 있고, ‘러스티’는 보험사가 합의금으로 제시한 돈을 고객에게는 묻지도 않고 거부한 후 재판에서 패소하며 회사가 위기에 몰린다. 형제는 아버지가 감형되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회사의 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 둘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 ‘다이엔사’뿐이다. 

 

‘존 그리샴’의 새 책 ‘Sparring Partners’에는 이렇게 짧은 중편 소설 분량의 세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나는 존 그리샴의 골수팬이며 그가 쓴 소설은 모두 구해서 읽었다. 최근 몇 년 간, 그의 책이 전과 같지 않다.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오래된 신문기사나 법원 기록들을 들추어 찾아낸 사건을 그럴듯한 그의 화술로 엵어낸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미국 신문에는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취재를 해 마치 소설을 압축한 이야기 같은 기획 기사들이 실리곤 한다.

 

그리샴 정도 되면 아마도 출판사에서 장기계약을 해 두었을 것이다. 계약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작을 하다 보니 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치매를 앓아 대사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브루스 윌리스’가 최근까지 영화에 출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도 전 세계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그가 출연하면 영화가 팔렸기 때문에 기획사는 병든 그를 계속 영화에 출연시켰다.

 

그의 책은 보통 출간되는 즉시 LA 타임스 베스트셀러 Top 10에 이름을 올리곤 했는데, 이번 책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다음 주쯤에는 올라오지 않겠나. 나만 해도 그리샴의 책에 실망을 하면서도 그가 새 책을 내놓으면 집어 들게 된다. 10월에 또 새 책이 나오며 벌써 조기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아마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국은 그 책도 읽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던 작가가 이렇게 그렇고 그런 작가로 전락하는 것이 안타깝다. 

 

*봄의 끝, 또는 여름의 시작인 6월 하순에 뜨는 보름달을 말한다. 달이 붉은빛이라고 해서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은 이 달을 ‘딸기 달’ (Strawberry Moon)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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