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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보다 - See

by 동쪽구름 2022. 7. 3.

2021년 가을, 4년 남짓 해외에서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영하는 그동안 너무도 많이 변한 한국을 발견한다. 그리고 변화된 한국에 다시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생각하고 글로 쓰는 과정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여러 매체에 고정적인 글을 쓰기로 한다. 정해진 마감을 맞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쓴 글들을 모은 책이 에세이 집 ‘보다’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읽다,’와 ‘말하다’를 연달아 출간했다.

 

나도 30여 년 전, 미주 중앙일보에 매주 칼럼을 연재했었다. 그때는 원고료도 받았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려면 일상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1-2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마감 전에 원고를 끝냈다. 그 후에는 매주 쓰던 원고를 한 달에 두 번 쓰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원고 마감 날짜 없이 한 달에 한 편을 쓴다. 그런데 한 달에 한 편 쓰는 일이 쉽지 않다. 결국 지난 6월에는 원고를 보내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 2년째 사무실에 안 나가게 되었고 만나는 사람도 없다 보니, 보고 듣는 것이 적어졌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작가의 어린 시절 한때 시간이 한 달 단위로 흘렀다. 그는 ‘보물섬’이라는 만화잡지가 배달되기를 기다리다 도착하면 단숨에 읽어치우고 또 한 달을 기다렸다. (시간 도둑)

 

내게도 그런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는 매달 5-6권쯤의 잡지를 보았는데, 한 달을 기다려 받게 되면 하루나 이틀에 다 읽곤 했었다. 요즘은 시간이 일주일 단위로 흐른다.

 

그는 젊은 시절 유럽여행을 하다 만났던 한인 사촌 자매를 추억한다. 그중 언니와는 나흘을 함께 여행하기도 했었다. 40이 넘은 나이에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보며 그녀를 생각한다. (부다페스트의 여인)

 

나이가 들어가며 가끔은 잠시 스쳐 지나갔던 여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는 “만약, 그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대학교 4학년 때 그는 신통한 총각 점쟁이에게 점을 보러 갔다. 점쟁이는 그에게 “사주에 말씀 언 자가 둘이나 들어 있습니다. 말과 글로 먹고살게 될 겁니다. 그쪽으로 가면 사십 년 대운입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란 우리의 운명이다. 나는 운명을 믿는다. 그래서 운명을 탓하기보다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내게도 두 명의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 나는 그들을 찾아 간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첫 번째 사람은 우리 이모가 만났던 점쟁이다. 그는 내 이름 ‘동운’ 때문에 내가 소아마비 장애인이 되었다고 했다. 동쪽 하늘에 구름이 끼었으니 해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내 동생 이름은 ‘동호’다. 동쪽 하늘의 해다. 이름 덕인지, 내 동생은 제법 성공한 사업가로 건강히 잘 살고 있다. 

 

두 번째는 외할머니가 만났던 점쟁이다. 그는 내가 서른이 되면 하늘을 휠휠 날아다닐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 타고 미국에 이민 와서 28살에 주 공무원이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북가주로 첫 출장을 가던 날, 할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나이 서른이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 들어 있다. 제목 그대로 작가 김영하가 한국 사회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쓴 에세이집이다. 나는 작가는 글로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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